김해 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해제, 농식품부 사인만 남아

경남도, ‘진흥지역 해제’ 최종 의견 제출
농식품부, 현지 실사 후 확정 방침
“수년간 공들인 친환경농업 훼손, 매우 안타깝다”

  • 입력 2016.09.11 16:57
  • 수정 2016.09.11 16:5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친환경농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농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마을, 2013년엔 경상남도가 친환경생태농업 대상까지 준 마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알고 있듯 ‘농업진흥지역 해제’란 더 이상 농사만 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봉하마을 친환경농업의 운명이 판가름 난다.

논란은 지난 해 말에서 비롯됐다. 농식품부가 전국의 농업진흥지역 10만ha를 해제하거나 변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지자체들이 농업진흥지역 해제·변경 요청대상지를 선정했고, 농식품부는 지난 6월 30일 8만5,000ha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 또는 변경했다. 그런데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일대 95.6ha가 해제 지역에 포함됐다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농식품부 최종 승인이 보류됐다. 8월 말까지 재심기간을 두기로 했다.

7월부터 8월, 봉하마을은 양갈래가 됐다. 부재지주와 지주인 농민들을 중심으로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나붙고, 또 한편에선 친환경농업 임차인인 농민들과 농업회사법인(주)봉하마을이 주축이 돼 농업진흥지역 보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급기야 ‘친환경농업’이 걸림돌이라면 친환경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제초제’를 뿌리는 극단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김해시는 입장을 내지 못했고, 경남도는 재심기간 종료시점인 지난 달 말 농업진흥지역 ‘해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농식품부 농지과 이정형 과장은 “경남도가 농업진흥지역 해제 의견을 제출함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의 최종 결정만 남은 셈이다. 추석 전후로 봉하마을에 한번 다녀온 뒤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그 지역(봉하마을)은 도시지역 내 미경지정리구역이다. 이번 농업진흥지역 해제 지침에 비춰 사실상 문제가 없다”면서 “친환경농업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도 경남도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농-농 갈등까지 몰고 오는 ‘개발중심 논리’에 농지전용의 폐해 문제는 무력했다.

김해시농민회 제해식 회장은 “김해에서 친환경농사가 뿌리내린다는 것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면서 “친환경농업이란 게 하루아침에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최소 3년의 공을 들이고 관행농업보다 더 힘들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런 친환경농지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은 치명적 손실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 재산권인 ‘타인의 농지문제’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지난달 29일 강기갑 전 국회의원,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 정상수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등 10인은 ‘봉하마을 들판을 농업진흥지역으로 보존하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지난 연말 정부가 전국에 10만ha의 농업진흥지역을 일거에 해제하겠다는 발표에 깊은 우려를 하던 중 김해 봉하마을 들판에 대한 농업진흥지역 해제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농업의 장래를 위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친환경농업의 대표적 들녘별 경영모델(2011년 농식품부 장관 표창, 2013년 경남도 친환경생태농업 대상) △집단화된 우량농지(95.6ha 규모의 집단화 지역) 등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농지로서 가치가 없는 땅’ 위주로 진흥지역을 해제한다는 기존의 입장과 봉하마을은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이상기후 등으로 식량위기에 그 어느 때보다 대비가 필요한 때에 한번 훼손된 농지는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보존을 거듭 요청했다.

“친환경농업이 미래”라고 말했던 농식품부의 결정만 남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