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 인터뷰] 재 관행의 이해당사자들

김영현 가락시장특수품목중도매인연합회 회장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 입력 2016.09.11 11:18
  • 수정 2016.09.11 11:2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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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결과적으로 양 측이 지향하는 바는 똑같았다’라고 포장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달랐다. 같은 주제를 놓고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중도매인 대표와 산지유통인 대표의 시각차가, 도매시장 재 문제의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재 문제지만 아직은 양 측이 부딪혀야 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배추 재 20%? 실제론 40%”
<김영현 가락시장특수품목중도매인연합회 회장>
 

배추 20%의 재가 중도매인에겐 많이 부족한가?
시장에 와서 보면 안다. 20%면 5톤트럭 한 차 1,000망 분량 중 200망인데, 현장에선 300~400망의 재가 기본으로 나온다. 실제론 40%의 재가 나오는데 20%로 제한해 놓고 이의제기를 하면 수십 개를 더 받는 게 고작이다. 재 물량은 상품성이 거의 없다. 시들고 썩은 걸 다듬어 놔 봤자 소비자가 사 가질 않고 그나마 다듬다 다듬다 버리는 것이 수십 포기다.

만약에 재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중도매인들이 장사를 할 수가 없다. 굶어죽더라도 배추를 못 사는 상황이 된다. 그 이전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물건을 구입했을 때 겉포장과 내용물이 판이하게 다르면 당연히 거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시장 내에 재를 없애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재를 없애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박스포장과 팰릿출하만 할 수 있다면 재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면 현 상태에선 둘 중 하나가 전제돼야 한다. 하나는 과일류처럼 샘플경매를 하는 것이다. 샘플과 내용물의 품질이 다르면 반품도 불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산지유통인이 됐든 도매법인이 됐든 중도매인에게 하차 및 선별 작업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상적인 유통의 모습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확한 물건을 정확히 포장해서 중도매인들 눈에 투명하게 보이도록 경매해야 원활한 유통이 가능하다. 다른 품목은 다 그렇게 가는데 유독 배추만 그게 안된다. 산지유통인과 도매법인이 물류효율화에 소극적인 것이, 중도매인들에게 유통비용을 떠넘기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는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트럭당 100만원 손해 본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재로 인한 산지유통인의 부담이 어느 정도인가.
요즘은 배추값이 좋아 망당 2만원씩도 나간다. 계산해 보면 재로 인해 한 트럭당 100만원씩 손해보는 꼴이다. 두 차 세 차를 보내면 몇백만원이 손해다. 단순히 20%의 재로 끝나지도 않는다. 경매 후 전체의 10% 이상은 중도매인들로부터 이의신청이 들어온다. 부담이 추가로 가중되는 것이다.

재가 생겨난 원인이 산지유통인들의 정직하지 못한 출하 때문이란 시각이 많은데.
전적으로 출하자 때문이라곤 할 수 없다. 그물망 포장이다 보니 트럭 운송 과정에서 짓눌리거나 여름철 고열 피해를 받기도 한다. 선진국처럼 도매시장에 서냉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산지에서도 냉장차량으로 가겠지만 그럴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애초 20%의 재 설정에 동의했던 이유는?
당시 도매법인의 중재도 있었고 20%에 대한 큰 이의제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가고 2등품이 줄어들면서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해를 거듭할수록 선별이 정확해져 2등품 출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선별을 잘 하는 출하자와 잘 못하는 출하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출하기(계절) 차이에 따른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있다. 20%는 꼭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산지유통인들도 반성할 부분은 있다. 보통은 단순히 작업해서 출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산지 저장·선별이나 예냉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2등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게 필요하다. 중도매인들도 힘든 부분이 있다면 재를 늘리자는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유통을 효율화하고 분산기능을 강화할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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