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충남의 농업보조금 지원방식의 개선

  • 입력 2016.09.11 11:16
  • 수정 2016.09.11 11:20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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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충남에서 일부 농업보조금의 지원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전농충남도연맹과 한농연충남도연합회, 쌀전업농충남도연합회 등 9개 농민단체·농업인단체와 충남도가 합의를 이뤄 낸 성과다. 충남도 조례에 의해 지급해온 ‘벼 경영안정 직불금’ 287억 원과 지난 14년간 시행해온 ‘맞춤형 화학비료’ 지원예산 198억 원 등 485억 원을 농가단위로 균등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개선안의 핵심목표는 농업·농촌의 다원적이고 공익적인 기능에 대한 보상이다. 지원방식은 벼 재배여부 및 재배면적과 관계없이 충남도 전체 농가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불조건은 마을공동체 유지를 위한 회의에 참여하고 고령농 돌보기, 깨끗한 마을 만들기, 폐자재와 농약병 등 쓰레기 수거 등 농촌 환경의 개선과 농촌다움의 유지, 경관보전 활동, 토종작물 재배와 질소비료 감축 및 제초제 사용 안하기 등 친환경적 농업활동 등 중에서 마을별 여건에 맞게 선택해 실천하는 것으로 했다.

지금까지 벼 경영안정 직불금의 지원방식은 벼 재배면적에 비례해 지급하는 것이었다. 충남 전체 쌀 농가의 7.6%인 3㏊ 이상 대규모 농가가 65%를 차지하는 1㏊ 미만 소규모 농가보다 6.5배나 더 많이 지급받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여 왔다. 소규모 농가와 대규모 농가 간의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 된 것이다. 또 맞춤형 비료를 지원함으로써 화학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해 미질이 저하되고, 다비성 다수확 품종 재배로 인한 쌀값 하락 등을 초래했다는 반성이 기반이 됐다. 따라서 맞춤형 비료 대신에 직불금을 지급하게 되면 비료 사용량을 감축하고, 농가가 스스로 농산부산물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어 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이러한 충남도 벼 경영안정 직불금과 맞춤형 화학비료 지원사업의 예산을 합한 485억여 원을, 재배면적 기준이 아닌 농가단위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정책의 형평성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농가당 지급액은 약 36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주로 대규모 영농을 하고 있는 쌀 전업농은 농업·농촌의 유지를 위해 소규모 농가를 배려하는 미덕을 보여줬다. 일부 일간지에서 이 사업을 마치 새로운 예산을 확보해 농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매도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충남의 보조금 지원방식 개선에 대한 합의는 지난 6여 년 동안 3농혁신위원회라는 농정거버넌스 체계에서 농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소통하며 오랜 기간 상호 신뢰를 쌓아온 귀중한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2012년부터 매달 1박2일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3농혁신대학에서는 도지사, 정무부지사, 국과장, 주무관 등이 마음을 열고 농민들과 밤새 토론한다. 또 3농혁신위원회 내부의 9개 추진단에서 정책분야별로 소통하고 있다. 시군을 순회하면서 3농혁신 현장포럼을 개최 지역농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농정의 답은 현장에 있고, 농민의 목소리가 농정의 기초가 돼야 한다. 농민의 입장과 농민의 관점에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소통하면 민과 관이 협력하게 되고 상호 신뢰는 쌓이게 되어 있다. 신뢰는 사회공동체의 유지와 통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자본이다. 그래서 어떤 정책이든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충남의 사례는 지자체 재정구조의 한계 때문에 일부 보조금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를 모델로 농업직불금 재편의 목표와 방향을 수립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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