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공법인 정관례 개악 철회해야

  • 입력 2016.09.10 22:4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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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의 조합공동사업법인정관례 일부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파동으로 인한 부담과 손실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개악이라고 판단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조공법인이 농민으로부터 매취 혹은 수탁사업을 할 경우 가격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사업유지를 위해 시장가격 등을 고려한 적정한 매취·수수료 가격을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안)의 내용은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예상된다. 첫째, 수탁사업의 경우 현행보다 수수료를 올려 농가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둘째, 매취사업의 경우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현행보다 더 많이 농민에게 떠넘겨 농가경제를 악화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쌀값 폭락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정부의 개정(안)은 쌀값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농민에게 더 많이 떠넘기라는 주문과 같다. 조공법인의 한 형태인 통합RPC들은 몇 년째 이어지는 쌀값 하락과 작년부터 두드러진 쌀값 폭락 상황에서 많은 손실을 입었다. 그런데 이 손실이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쌀값 안정에 실패한 정부의 잘못 때문이다. 정부의 쌀 정책 실패로 발생한 통합RPC의 손실을 앞으로는 쌀 생산 농민에게 떠넘기라는 것이 개정(안)에 숨어 있는 의도인 것이다. 쌀값 폭락으로 멍든 농심과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는커녕 농민에게 더 많은 손실을 떠넘기려는 개정(안)은 개악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이번 개정(안)은 농민의 경제적 실익 보다는 농협의 경영수익과 사업안정을 우선하는 일부 경영진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며, 또한 이런 규제장치를 통해 농협에 대한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농식품부 관료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개정(안)은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정체성 자체를 더욱 사라지게 만드는 개악이다. 협동조합이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농민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며,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과 협동조합의 경영안정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정관례 개정(안)과 같은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방침을 강제 적용하는 것 자체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발상이다. 조공법인 정관례를 개악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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