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나락값이 도화선이다

  • 입력 2016.09.04 07:41
  • 수정 2016.09.04 08:08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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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나락값 폭락’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가 되었다. 같은 선상에서 ‘나락값 대책’ 역시 고유명사다. 지난달 29일 전남 강진군농민회는 나락값 폭락에 항의하는 장날 선전을 진행했다. 트랙터가 강진읍내 아스팔트를 누볐으나 하루에 천원씩 떨어진다는 나락값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4만3,000원에서 4만원까지 떨어지는 데 정확히 3일 걸렸다. 추석을 보름 앞둔 시점, 예년 같으면 5만5,000원선에서 형성되던 가격이 이렇게 추락한 이유는 수입쌀 때문이다. 정부창고에 저장된 45만톤의 수입쌀이 250만 농가인구의 숨통을 조인다. ‘재고수입쌀, 대책이 없으면 차라리 바다에 버려라’ 강진읍내에 걸린 농민회 명의의 플래카드 내용이다. 앞으로 한 달 뒤, 농협곡물담당 관계자의 예상대로 작년보다 가격이 20% 떨어지면 시중시세는 전남기준 3만5,000원선이 된다. 2004년 마지막 정부수매 특등가격이 6만240원이었다. 지난 10년간 단순 물가 인상률만 나락값에 반영되었어도 8만원선이다. 지금의 나락값은 정상 가격의 반토막이다.

‘변동직불금이 있으니 걱정없다’고 정부는 말한다. 변동직불금 지급요건이 발생하는 가격기준이 40kg 도정 전 나락기준 5만7,000원이다. 고정직불금을 받고 나락값이 5만7,000원 하는 것이 좋은가, 목표가격에서 고정직불금을 뺀 나머지 금액의 손실액 85%를 변동으로 받는 것이 좋은가, 농민에게 물어보면 답이 간단하다. 수확량이 500가마인 농민이 변동직불금만으로 1,000만원을 받아야 소득감소분이 상쇄되는 것인데, 변동직불금은 이에 반도 나오지 않는다. 변동직불금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면 나쁘거나 무식하거나 둘 중 하나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대책으로 정부는 하루속히 시장격리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2015년산 공공비축미 확정가격(5만2,260원)으로 일단 100만톤을 조기 매입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2015년처럼 시기를 놓치면 하고도 욕먹는다.

재고량 증가의 본질을 잘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재고량의 25%는 수입쌀이며 이는 정부의 잘못된 통상협상과 친미사대적 정책의 산물이다. 175만톤에 육박하는 재고량에서 45만톤은 빼놓고 생각해야 한다. 국산 재고량 130만톤은 많은 양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FAO 권고 비축량 기준이 3개월분이라지만 이는 권고일 뿐, 무슨 법적 근거가 있는 기준이 아니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비축량은 달라 질 수 있다. 기후 변화와 테러, 전쟁 등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등이 고려대상일 것이다. 우리의 경우 올해와 같은 가뭄, 분단상황 등을 고려하면 6개월치 비상식량은 비축해 두는 것이 정상이다. 180만톤 식량비축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법제화 해야 한다.

유통을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 공급은 국영무역, 시장격리 등을 통해 철저하게 국가가 통제하면서 유통은 시장에 맡기는 기형적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농협RPC를 국유화 해 시장유통의 50%를 국가통제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농협간 출혈경쟁으로 시장가격은 초토화 되었다. 농협RPC 70%가 최근 3년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식량은 공공재로써 생산 유통 공급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식량비축 180만톤 법제화와 RPC국유화는 2017년 대선까지 멀리보고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가을이 두렵다. 그러나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성주의 농민회처럼, 해남의 농민회처럼 악조건을 뚫고 가야 한다. 논에서 논으로 양수기를 7단으로 ‘쌔빠지게 연결한’ 영농의지로 농민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정권교체 말고 답이 있는가? ‘민중총궐기로 정권교체’ 밖에 없다. 뜬금없이 오는 가을처럼 순식간에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 강진 장날 시장통에서 트랙터를 향해 춤추듯 박수치던 농민들의 모습이 선하다. 나락값이 도화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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