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솜방망이로 맞으면 시원합니다

  • 입력 2016.09.04 00:29
  • 수정 2016.09.04 00: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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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원산지표시 위반은 우리 농축산물 유통에 있어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이 범죄가 끊이지 않고 고질적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1차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의 탓이 크다. 현행법이 엄연히 위반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론 100만원 안팎의 과태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이 적발시 불이익을 훨씬 초과하니 마음이 굽은 이라면 불법행위를 그만둘 이유가 없다. 상습범 형량 하한 등의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이 진행 중이지만 딱히 신통해 보이진 않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 내 원산지표시 위반 상인들에게 법률과 별개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앞으로 가락시장에서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면 1차에 경고를 준 뒤 2차에 10일, 3차에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미표시의 경우엔 3차에만 10일이다.

법적 처벌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가중처벌로 원산지표시 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그 의도는 매우 훌륭하지만, 딱 잘라 말해 이 영업정지 기준은 또 하나의 솜방망이다. 10일 또는 1개월의 업무정지란 것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상인들에겐 ‘달콤한 휴가’에 지나지 않는다. 전대행위로 인한 3개월 영업정지조차 오히려 달갑게 받아들이는 상인들도 있다. 불법행위로 갖은 폭리를 취하고는 관리당국의 솜방망이질에 시원하게 안마를 받는 꼴이다.

원산지표시 위반은 전대행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중죄다. 생산자, 소비자, 유통 관계자 모두에게 보다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는 민폐천만한 짓이기 때문이다. 죄질에 따라서는 바로 시장 퇴출 조치를 한다 해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가락시장에서 국산으로 둔갑한 수입산 농산물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어떤 정직한 루트를 거치든 국산으로 표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공사가 문제의식을 확실히 가졌다면 좀더 실효성 있는 처벌이 있어야 했다. 강조하건대, 가락시장에서 현대화해야 할 것이 결코 시설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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