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자재 영세율 적용 방치하는 기재부

농약·화학비료, 대부분 적용 반해 유기농자재 90종 중 3종으로 만든 제품에만 … “기재부, 농식품부 건의에도 뜸만 들여”

  • 입력 2016.09.02 15:28
  • 수정 2016.09.04 19:5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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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 농가들의 입장에서 비싼 작물 생산비는 큰 부담이다. 생산비 증가 요인 중 비싼 유기농자재 가격을 빼놓을 수 없다. 유기농자재 가격은 관행농에 쓰이는 자재보다 개별 가격도 비쌀뿐더러, 여러 차례에 걸쳐 구입해야 한다. 유기농자재는 적은 투여량으로는 기대만큼의 생산 효과를 누릴 수 없어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친환경 농업 종사자들은 유기농자재의 부가가치세에 대한 영세율 적용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이미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의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 및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및 면세 적용 등에 관한 특례규정(특례규정)’에 의거해 농약, 화학비료, 농기계, 축산용 농자재 등에 영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유기농자재의 경우 총 90종의 허용 물질 중 키토산, 목초액, 천적 등 3종을 이용해 만든 것에 한해서만 영세율이 적용될 뿐이다. 나머지 87종 물질로 만든 유기농자재는 영세율 적용을 못 받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각각 99%, 100% 영세율이 적용되는 것과 비교된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박종서 사무총장은 “유기농업자재로 등록·품질 인증된 1,366개 제품 중 허용물질 3종(키토산, 목초액, 천적)으로 만든 제품 및 비료·농약관리법에 등록된 제품 629개 종류만 영세율이 적용되고, 나머지 737개 제품은 아직 미적용 상태”라며,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도 영세율이 적용되는데 미생물, 식물추출물 및 천연광물, 부식산 등으로 만든 유기농자재는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상황”이라 말했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비료 및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 종사 농민들보다 10% 비싼 가격으로 유기농자재를 구입해야 한다.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안인 부회장은 “전국 560개 유기농자재 업체들의 평균 매출액은 약 5억3,000만 원으로, 한두 군데를 제외하면 모두 영세업체이다. 반면 전국 105개소 농약업체들의 평균 매출액은 1,400억 원이다. 그럼에도 농약업체들은 영세율 적용 혜택을 받고 있다”며, 친환경 농가 및 관련업체 입장에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유기농자재들이 영세율 적용을 못 받게 된 원인은, 2005년 2월 특례규정을 만들 시 국내 유기농업이 시작 단계라 유기농자재 관련 등록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등록규정은 2007년 3월 28일에 만들어졌다. 목축액과 키토산, 천적 등 3종만 유기농자재로 지정하면 나머지 유기농자재는 농약관리법 및 비료관리법에 등록돼 혜택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관계자들이 근시안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현재 친환경 농업계는 지속적으로 유기농자재 영세율 적용확대를 정부에 건의 중이다. 2013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농식품부)에 요청해 온 결과, 올해 농식품부에서도 해당 건을 1순위로 기획재정부(장관 유일호, 기재부)에 제출했으나, 해당 건은 2016년 세법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안 부회장은 “영세율 적용을 확대함으로써 감면되는 추정세액은 약 44억 5,000만 원 가량 된다. 작년 한 해 세수가 약 19조 원 늘어난 걸 감안하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정부는 친환경 농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한다면서 정작 유기농자재 영세율 적용 같은 기본적 조치조차 손 안 대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가 우선 순위로 해당 건을 기재부에 제출했음에도 뜸만 들이며 방치하는 기재부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의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특히 과수농가 입장에서 영세율 적용이 시급하다. 안 부회장은 "과수농가는 안 그래도 올해 초 저농약인증제가 폐지돼, 무농약·유기농으로 농사 지으려면 그만큼 자재값이 더 나간다. 지금처럼 영세율 적용문제를 방치하면 과수농가들은 친환경 농사 엄두도 못 내고 관행농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과수농가들의 고민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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