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8] 풀베기와 진실

  • 입력 2016.08.28 01:23
  • 수정 2017.05.26 10:22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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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오늘 금년들어 다섯 번째 예초작업을 했다. 지난주 지인들이 휴가차 방문하는 바람에 예초시기가 조금 늦어 졌고 풀은 1미터 가까이 크게 자라 있었다. 어제도 예초기를 돌렸지만 날이 무더워 아침에만 두시간 정도 돌리고 오늘 계속해서 예초를 마쳤다.

애초에 미니사과와 히까마(얀빈)를 친환경으로 재배하되 초생재배를 목표로 했다. 골에 나는 풀을 있는 그대로 자라게 하여 가끔 베어 주면 토양의 유기물이 풍부해 지고 벌레며 곤충, 미생물 등이 풍부해져 작은 생태계가 살아나리라는 기대에서였다.

또한 용감하게 풀을 키우리라 작정한 것은 예초작업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예초기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조그마한 발동기가 달린 예초기를 등에 메고 조금만 움직여 주면 예초기가 알아서 풀을 베어주는 것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고 힘들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농원을 조성할 때 주변에서는 부직포를 전부 까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왕에 친환경 생태농업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리라 마음먹었다. 농원이 그리 크지 않으니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금년들어 다섯 번째 예초작업을 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이제야 알았다. 예초작업이 생각했던것과는 달리 몹시 힘들다는 사실이다. 남이 할 때는 쉬워 보였지만 직접 해보니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우선 예초하는 시기는 연중 가장 더운 시기에 해야 하고, 그것도 연간 한두번이 아니라 너댓번은 해야 하니 말이다. 덜덜 떨리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왼손과 오른손에 힘을 주어 균형을 잘 잡아야 하고 안전에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풀이 길게 자라 있을 때는 더더욱 힘든 작업이 된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의 예초작업은 정말 힘들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땀이 흘러내리고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남이 할 때는 쉬워 보이고 힘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직접 해 보니 정말 힘든 일이였다.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 나는 예초작업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게 진실이라고 믿었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건 진실이 아니였음을 직접 해 봄으로써 알게 되었다. 내가 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참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일깨워 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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