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친 ‘대왕님표 여주쌀’의 비애

인터넷 쇼핑몰선 중국쌀·미국쌀이 더 비싸
올해 조생종 벼 매입가 20% 이상 하락 … 10월 수확기에 악영향 우려
공영홈쇼핑, 화순쌀 20kg 3만9,900원 특가 판매도

  • 입력 2016.08.26 17:27
  • 수정 2016.08.26 18: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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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015년산 국내산쌀 보다 2014년 미국산쌀이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거짓말 같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보시라. 몇 곳만 검색해 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대왕님표 여주쌀이 수입쌀과 가격이 엇비슷해 여주농민들이 불같이 일어섰다. 2016년 쌀값, 어디까지 곤두박질 쳤나 알아본다.

2016년 쌀값은 상식을 어긋나게 형성돼 있다. 지난해 생산한 ‘2015년산 국내산’ 쌀이 ‘2014년 묵은 수입쌀’과 판매가가 비슷해지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쇼핑몰의 쌀값 실태

인터넷 쇼핑몰 중 ㅋ쇼핑몰의 경우 2015년산 20kg 기준 전남지역 쌀을 3만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고창쌀 3만3,000원, 장성쌀 3만2,900원 등이 거래가격이다. 생산년도는 모두 2015년.

중국쌀, 미국쌀, 태국쌀 등의 수입쌀도 판매되고 있다. 놀라운 건 이들은 두 해나 묵은 쌀이라는 점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격이 우리쌀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비싸다는 점이다. 실제 A쇼핑몰에서 ‘2014년 미국 칼로스쌀’ 20kg이 3만4,500원선, 2013년 중국쌀 20kg은 3만5,000원에 판매한다고 씌어 있다.

B쇼핑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생산해 주문 즉시 도정한다고 홍보하고 있는 철원 오대쌀은 특가 3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전남 담양쌀은 3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B쇼핑몰에서 판매하는 2013년산 중국쌀은 3만900원, 2014년산 미국쌀은 3만2,900원 등이 판매가로 돼 있다.

농협이 출자한 공용홈쇼핑에서는 지난 7월 말 전남 화순쌀 20kg을 특가세일해 3만9,9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경기도 여주시의 한 농협 매장에서 내건 여주 쌀 특별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최근 여주에선 6만원에 팔던 20kg ‘대왕님표 여주쌀'을 4만원으로 30% 이상 할인 판매했다.여주군농민회 제공.

지난 18일 김현권 의원이 주최한 ‘쌀값 폭락 간담회’에서 여주지역 벼농사 농민 전주영씨는 “수확기를 앞두고 농협에서 출혈경쟁이 심각해지면서 20kg에 2만7,000원짜리 경기미가 등장했다. 거짓말 같겠지만 사실”이라면서 “여주쌀은 작년까지 6만5,000원 하더니, 지금은 4만원에 판다고 현수막이 붙었다”고 개탄했다. 또 “옥션이나 지마켓 쌀가격을 비교해 보시라. 미국쌀, 중국쌀 모두 2014년산 묵은쌀인데도 가격이 엇비슷하다”고 기막힌 현실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왕님표 여주쌀(20kg) 가격할인 표시여주군농민회 제공

실제 여주지역에선 6만원에 팔던 20kg ‘대왕님표 여주쌀’을 4만원으로 30% 이상 할인 판매했다. 지역 농민들은 “임금님한테 진상했다는 여주쌀 명성을 지역에서 깎아먹는다”면서 “예년에 6만 몇 천원에 팔던 쌀을 이렇게 헐값에 팔 수 있냐”며 혀를 찼다.

한 농민은 “벼가 슬슬 고개를 숙이면서 수확기가 다가오니 농협이 창고를 비워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이 고스란히 저가판매로 나타났다. 냉정히 따져보자. 여주쌀을 헐값에 판다고 100포 팔던 것이 200포 팔리느냐 말이다. 잘해야 110포 아니겠나. 쌀값 내리는 것은 의미도 없고, 여주쌀 이미지만 떨굴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수입쌀 구곡이 3만원 후반대에 팔리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잠도 못 잔다”는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조생종벼 매입가, 지난해 대비 20% 하락

올해 산지쌀값은 줄기차게 내리막을 달렸다. 그 덕에 조생종벼 매입가를 둘러싼 농민과 농협의 갈등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2015년산 대왕님표 여주쌀 헐값 판매로 논란이 된 여주지역 조생종벼 수매가는 그 중 대표적 사례다. 여주지역 농협 관계자들이 올해 조벼 매입가(40kg 기준)를 지난해 7만3,000원보다 1만6,000원 낮춘 5만7,000원에 잠정 결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농민들이 마을마을마다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결정하는 여주지역 조생종 벼값은 여주 뿐 아니라 철원 동송, 이천 등의 잣대가 된다. 격론 끝에 여주 조생종벼 값은 지난해 보다 3,000원 내린 7만원으로 확정됐다.

(사)전국쌀생산자협회의 2016년 조생종벼(40kg 기준)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남 옥천 4만5,000원(전년 대비 7,000원 하락) △고창통합RPC 4만2,000원(1만2,500원 하락) △강진 도암RPC 4만2,000원(1만3,000원 하락) 등 지난해 대비 20% 이상 폭락했다.

정학철 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오늘(24일) 조벼 매입가를 결정한 곳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강진통합RPC는 4만2,000원에 나주 노안은 4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전남 어느 도서지역 조벼 매입가는 3만8,000원선이라는 말도 들린다”고 말했다.

조생종벼 매입가의 폭락 동향은 10월 수확기 벼 매입가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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