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쌀값폭락 잔혹사

  • 입력 2016.08.26 17:13
  • 수정 2016.08.26 18:0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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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벼는 잘 익었건만 이를 거두는 농민의 한숨소리가 깊다. 몇 년째 이어지는 쌀값폭락에 풍년이란 말마저 반갑지 않다. 지난 23일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구양리의 한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조생종벼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6년 쌀값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80kg 쌀 한가마의 동일 시점 가격을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7월 15일자를 기준으로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7만6,552원에서 2014년 16만8,152원, 2015년 15만9,584원, 2016년 14만2,856원이다. 올해 쌀값은 2013년에 비해 19%, 전년 대비 10.5% 폭락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쌀값의 현주소다. 지난 1년 내내 이렇다 할 반등 기회가 없이 내리막을 걷는 산지 쌀값은 최근 또 한번 휘청이고 있다. 수확기를 앞두고 농협들이 2015년산 쌀을 처분하기에 급급해 곳곳에서 비상식적인 쌀값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주쌀 20kg가 4만원에 판매됐다. 얼마 전까지 시중가 6만원에 판매하던 쌀이다. 또 다른 경기지역 쌀은 2만원대에 거래됐다고 한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세일특가로 철원 오대쌀 20kg 한 포대에 3만9,900원에 판매했다. 철원 오대쌀, 경기미는 고품질쌀의 대명사다. 고품질쌀값이 떨어지니 다수확 품종이 주로 생산되는 충청도, 전라도 쌀값이야 오죽하랴 싶다.

더 큰 문제는 수입쌀값이다. 인터넷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미국산이나 중국산쌀은 3만원선에 거래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2014년 묵은쌀이다. 이 중엔 2013년산도 있다. 묵은 미국쌀이 주문즉시 도정해 준다는 국내산 쌀과 가격차가 없다는 것은 정부의 쌀 수급정책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수확기에 농민들은 신곡수요량 이상을 시급히 격리해야 한다고 누차 정부에게 촉구한 바 있다. 쌀을 격리시키는 비용은 쌀값 폭락 전이나 후나 똑같다. 그런데 시기를 놓친 후 뒤늦게 시장격리를 하는 바람에 쌀값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고 예산만 지출한 셈이 돼 버렸다. 식용이 불가한 쌀을 사료로 쓴다는 사상 초유의 대책도 쌀값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추석을 앞두고 조생종 벼 매입가로 농민들과 농협간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여주가 지난해보다 3,000원 낮은 7만원에 조생종 벼 매입가를 확정했다. 하지만 (사)전국쌀생산자협회(전국쌀협회)가 조사한 조생종 벼 매입가는 지난해 보다 평균 20% 이상 하락했다. 100만원 월급 받던 직장인이 80만원을 받게 된 셈이다.

이효신 전국쌀협회 회장은 “쌀이 과잉공급 돼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일관된 주장이다. 재고량도 심각하다고 하고. 그럼 체계적인 재고관리부터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을 하면 정부가 제 역할부터 찾아야지 농민들이 쌀을 많이 심어서라고 탓부터 하고 나오니 해법이 묘연하고 시중 쌀값은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조벼가 20% 하락한 것도 문제지만 이런 추세라면 중만생종 40kg 한 가마에 4만원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면서 “산지쌀값은 농민 수취가가 아니다. 산지쌀값에서 RPC 수수료 등을 더 떼야 농민들이 진짜 쌀을 팔아서 받는 돈이다. 최소한 물가인상분만큼 쌀값이 올라줘야 농촌에서 생활하고 내년 농사도 짓고 하지 않겠나. 도시민들 월급 동결만 되도 단체행동하는데 농민들은 열심히 농사지은 죄로 소득이 깎이게 생겼다. 쌀값이 이렇게 급락하고 있는데 농식품부는 현장에 나와 농민들을 만나 체감하는 노력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의 농사경력은 올해로 26년째, 올해 벼농사는 지난해보다 풍년일 뿐 아니라 26년만에 최고의 대풍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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