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강물처럼 바다처럼

  • 입력 2016.08.26 09:13
  • 수정 2016.08.26 09:52
  • 기자명 심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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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는 우리 동네엔 특히 귀농·귀촌인들이 많다.

나이 드신 분에서부터 젊은 1인 가구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다시 떠나고 그 자리엔 다시 어떤 이가 새로이 등장한다. 다행히 정착에 성공하면 지역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귀농이든 귀촌이든 가족단위의 이주가 아닌 남성 홀로 이주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여성 1인 가구도 있다.

“왜 혼자세요?”/“아내가 농촌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해서요”/“여자 혼자 살기엔 쫌 무서울 건데요”/“안 그래도 그냥 읍내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대부분의 대화 내용이 이렇다.

왜 여성들은 농촌생활을 힘들고 어렵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다 생각할까 싶지만 마음속으론 공감이 된다. 농촌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가부장적·성차별적 문화는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확고한 가부장적 문화는 여성들에겐 큰 차별과 불평등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가족의 며느리가 마을의 며느리가 돼 온갖 대소사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하지 않은 여성들은 그 공동체 안에서 낙인찍히고 소외되기 십상이다. 또한 ‘과년한’ 여성이 홀로 살아간다면 문제 있는 사람이 돼버린다. ‘과년한'의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홀로 사는 여성들을 통칭하는 듯하다. 누군가와 짝짓기를 하고 가족을 이루어야만 어엿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농촌의 분위기는 여성 혼자 힘으로 버텨내기엔 힘에 겹다. 가뜩이나 농촌 노총각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혼자 사는 여성은 아이 낳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죄짓는 사람 취급된다.

극단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지역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문화가 어떠한지 돌이켜보면 ‘나는 그렇지 않아’ 하고 장담할 수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 맘은 그렇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다들 그렇게 하니 눈치 보이고, 그러다 어느덧 물들어 버린 건 아닐까?

건강한 농촌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것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가부장제 사회가 부여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옥죄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간으로 서로 인정하는 것부터 고정된 역할을 서로 나눠보는 아주 작은 것 까지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이다.

도시에 홀로 남겨진 여성의 마음, 농촌에 홀로 거주를 결심한 여성의 마음을 함께 이해해야만 농촌에서의 생활하는 모든 이가 행복한 사회이지 않을까?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 또한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살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시작해보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에서의 삶이 누군가의 착취와 억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발성에 기초해 모두가 행복한 농촌공동체를 만들어보자. 모든 물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농촌에서 삶을 꿈꾸는 이들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품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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