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저수지에 타들어가는 농심

농어촌공사 “저수지 물 채우고 제한급수 실시” 발표
농민들, 본격 가을파종 앞두고 발만 동동

  • 입력 2016.08.24 16:09
  • 수정 2016.08.26 10:01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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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올해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83% 수준에 그쳤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22일 가뭄대비 비상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마른 하늘을 보는 농민들의 걱정을 덜지는 못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에 이어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례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평균 강수량(8월 22일 기준)은 776mm로 평년의 83% 수준에 그쳤고, 평균 저수율도 51.7%로 평년 75.5%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22일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는 7월부터 지속된 폭염과 가뭄으로 저수율이 급감함에 따라 가뭄대비 비상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7-8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57.6mm로 평년의 23%에 불과해 8월 말까지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지난해와 비슷한 저수율을 유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평균 기온도 작년보다 1℃ 이상 높아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작년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가뭄 확대를 막기 위해 저수율이 평년의 50% 미만으로 파악된 344개소 저수지 5만6,459ha에 용수를 확보할 예정이다. 하천이나 배수로에 임시물막이를 설치파고 물을 끌어올려 저수지에 채우거나 요수가 긴급히 필요한 곳에는 직접 급수하는 방식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최근 가뭄이 올해 벼 수확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뭄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선제적인 가뭄 대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남의 일부지역에서는 논이 말랐고, 가을 파종을 앞둔 농민들은 물을 끌어올 수 없어 파종을 하지 못하거나 파종을 해도 모종이 말라죽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경남 남해에는 지난달 11일 이후 강수량이 0.5mm로 비가 오지 않다시피 했고 저수량은 1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논 바닥이 갈라지기도 했다. 송모열 남해군농민회 부회장은 “우리동네에는 아직 몇 고랑 정도라도 물이 차있어 다행이지만 옆 동네에는 논도 다 마르고 저수지에 물도 없어 물대기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조만간 시금치와 마늘도 심어야하는데 날이 덥고 가물어 모종도 구하기 힘들다고 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농민들의 가뭄피해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성일 봉화군농민회장은 “일부지역에 소나기가 오기는 했지만 해갈은 멀었다. 배추 파종도 억지로 겨우 했다”며 “정부에선 매년 가뭄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겠다지만 매번 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진도농민회 진도읍지회장도 “한 달 넘게 비가 제대로 오지 않고 있다. 땅이 마르고 나야 정부 대책이 나오니 답답할 뿐”이라며 “보름 후에는 배추를 심어야하는데 그 전에 비가 충분히 올지 모르겠다”고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농민들은 8월 말이 지나기 전에 가뭄을 해소할 만큼의 비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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