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가고 평화 오라’ 성주군민 908명 집단 삭발

  • 입력 2016.08.21 18:05
  • 수정 2016.08.21 18:26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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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을 마친 군민들은 하나같이 '사드결사반대'가 적힌 머리띠를 민머리 위에 동여맸다. '사드철회 평화촉구'를 향한 군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만든 풍경이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탓에 삭발 내내 땀과 머리카락이 뒤범벅됐다.
한 군민이 성밖숲에 남겨진 머리카락을 치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성밖숲 한 편에 1000여개의 의자가 오와 열을 맞춰 일렬로 놓여 있었다. 빈 의자에 순번을 지정받은 성주군민들이 하나둘 들어와 앉았다. 삭발희망자였다. 정부의 일방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삭발을 신청한 군민들이 지난 15일 경북 성주의 성스러운 장소, 성밖숲으로 모여 들었다.

앞서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와 함께 군민들의 평화의지를 담아 8·15명의 삭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체 삭발을 위해 성주와 대구의 미용사 80여명이 스스로 손을 보탰다.

삭발이 시작됐다. 검거나 혹은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발밑으로 떨어졌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땀과 눈물, 머리카락이 뒤범벅됐다. 미용사들이 한 줄 한 줄 지나갈 때마다 ‘사드결사반대'가 적힌 머리띠를 동여맨 민머리의 군민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마지막 순번을 배정받은 군민의 머리카락을 자르기까지 약 2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삭발한 군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수건을 흔들며 투쟁위원회의 종료 선언이 있기까지 제자리를 지켰다. 집계 결과 총 908명의 군민들이 삭발했다. 이중 11명은 여성이었다. 한국에서의 첫 단일장소 최다인원 동시삭발이었다.

삭발식과 동시에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군민들은 대통령께 드리는 글, 국민에게 드리는 글, 결의문을 채택했다. 성밖숲에 모인 5,000여명의 군민들은 “성주의 성스러운 땅, 성산을 외세의 군사기지로 영구히 내어줄 수 없다. 또한 성주 사드의 오명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서도 안 된다. 사드를 반드시 막아내고 성산을 평화의 상징으로 우뚝 세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선 “4만5,000명의 성주군민이 바로 국가”라며 “성주군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해서 지켜야 할 국가안보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덧붙여 “사드배치 발표 후 성주는 갑자기 전쟁터가 되었고, 성주군민들은 내 땅에서 난민이 되어버렸다”며 “민주국가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이럴 수는 없다. 사드배치에 관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삭발식이 끝난 뒤 한국기록원 공식 등재를 위해 군민들은 들어온 순서대로 하나둘 다시 걸어 나갔다. 행사장 밖에선 이들을 응원하는 군민들과 ‘외부세력'의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빈 의자 밑엔 ‘사드철회 평화촉구’의 의지가 절실히 담긴 성주군민 908명의 머리카락이 고스란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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