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필승전략, 생산안정제의 명과 암

채소수급정책, 계약재배서 생산안정제로

  • 입력 2016.08.21 10:01
  • 수정 2016.08.21 10:0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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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해마다 들쭉날쭉 등락을 반복하는 채소 가격은 농민들의 수많은 고충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동시에 이것은 농식품부의 가장 해묵은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1995년부터 노지채소수급안정사업을 이어온 지 어언 20년, 농식품부는 생산·출하안정제라는 채소류 수급정책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농식품부의 야심찬 시도가 이번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노지채소수급안정사업은 현장에서 익히 알고 있는 계약재배 지원사업이다. 정부의 노지채소수급안정기금을 자부담 20%를 전제로 계약재배 사업주체에게 무이자 융자하는 형태다. 농협중앙회를 통해 지역농협에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식품업체 등에 지원하는 형태도 있다.

대상품목은 배추·무·고추·마늘·양파·대파·당근·감자 등 8가지다. 사업주체들은 지원받은 융자금을 바탕으로 농가와 재배계약을 체결하고 나름의 판로를 통해 계약물량을 판매한다. 농가에 안심할 수 있는 판로 하나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계약재배는 시간이 흐를수록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요건 속에 계약시점과 판매시점 사이의 가격차는 사업주체의 재정악화를 초래했고 계약가격이나 손익공유에 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는 태생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반영해야 할 지역농협에서 매우 심각하게 나타났으며,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실패한 사업주체들의 도매시장 홍수출하는 가격폭락을 더욱 부추기기도 했다.

농민들도, 정부도 계약재배 확대를 부르짖지만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품목별 전체물량 대비 계약재배물량 비중은 양파·마늘 등 저장성 있는 품목이 그나마 20% 수준이며 대파·고추 등은 2~7%에 불과하다.

이 계약물량 중에서도 정부가 수급조절에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어림잡아 10% 뿐이다. 전체물량 대비 1% 수준이다. 계약재배 지원사업 자체가 수급조절 기능을 내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상적인 수급조절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올해부터 본격 도입한 생산안정제는 정부의 수급조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최근 5개년 평균가격의 80% 수준을 보장하는 대신 농가에 수급조절 참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기존의 계약재배는 사업주체의 역할을 보다 강화한 출하안정제로 개편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이 두 가지 제도를 정착시켜 널뛰는 채소가격을 잡아낼 계획이다.

단, 우려가 있다. 생산안정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일부 지역의 농민들이 제도의 효용성을 거론하며 이제 막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생산안정제 위주로 지나치게 정책을 경직시킨 탓에 여타 소득보전제도와 유연하게 융화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작 단계부터 매끄럽지만은 않았던 생산안정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농민들과 정부 사이의 테이블에 올라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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