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가축 약 350만마리 폐사 … 축산농가 비상

더위 취약한 닭·오리·메추리·돼지 폐사 잇따라
가축재해보험 가입했지만 피해 보상 한계 “정책적 지원 필요”

  • 입력 2016.08.21 06:58
  • 수정 2016.08.21 18:42
  • 기자명 홍기원·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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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배정은 기자]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며 전국 곳곳에서 무더기 가축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더위에 취약한 축종농가들 대부분이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높은 자부담 때문에 현장의 원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폭염으로 7월 15일부터 8월 16일까지 가축 349만4,575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축종별로 보면 닭 334만5,373마리, 오리 11만3,371마리, 메추리 3만마리, 돼지 5,831마리가 폐사했으며 추정보험금 기준으로 약 110억원의 재산피해를 예상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피해규모가 38% 증가한 수치다.

시도별 잠정 피해현황을 보면 전북이 닭 119만5,249마리가 폐사하는 등 총 124만9,442마리의 가축이 폐사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어 전남이 65만1,619마리, 충남이 58만837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농식품부는 6월 10일부터 운영한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다음달 15일까지 지속 운영하며 폭염 피해 최소화에 나설 방침이다. 농촌진흥청과 지방자치단체 및 생산자단체 등 유관기관 간 협조체계를 강화해 폭염대처 가축관리, 농업인 행동요령 및 기술지원 등 지도·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특히 닭·오리 사육농가에 △환풍실시 △충분한 급수 △지붕 위 물뿌림 및 차광막 설치 등 피해예방 조치를 철저히 시행해 줄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폭염이 다음달까지 지속되리란 전망이 나오며 축산농가들의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정낙훈 대한양계협회 포천시 육계지부 사무국장은 “포천지역은 대부분 양계농가 시설이 재래식이어서 방법이 없다”면서 “2,000수에서 4,000수씩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농가가 곳곳에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정 사무국장은 “고압분무기로 계사지붕에 물을 뿌려도 순간적인 효과만 있다. (재래식이어서)에어컨을 틀 수도 없다”라며 “지속적으로 계사에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하는데 대책이 없다. 지자체에서 면역증강제를 나눠줬는데 수량이 적어 언발에 오줌누기다”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병아리를 받는 걸 연기하는 농가도 있다. 피해규모가 집계된 것보다 더 클 것이다. 농식품부와 경기도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농가 폭염 피해 보상방안으로 가축재해보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식품부 설명에 의하면 닭·오리·돼지는 대부분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 가입률이 97.9%나 되며 16일 현재까지 폭염에 폐사한 가축은 모두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 있다. 농식품부는 신속한 손해평가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피해복구를 발 빠르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축재해보험 폭염피해 관련 현황 (2013년~2016년)NH농협손해보험 제공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7월 7일부터 8월 16일까지 가축재해보험이 접수받은 피해 규모는 닭 325만8,454만마리 등 총 340만3,886마리에 달한다. 추청 지급 보험금은 95억8,793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폭염피해를 입은 축산농가는 손해액 분쟁이 안 생기도록 사진을 찍어 현장을 남겨 놓아야 한다”라며 “냉장고 등에 사체를 보관하는 방법도 좋다”고 조언했다. 또, “육계와 토종닭 농가는 출하 후 출하신청서를 반드시 챙겨 놓아야 한다”고 유의사항을 알렸다.

그러나 가축재해보험만으로는 피해보상에 한계가 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최영림 대한한돈협회 전남 해남군지부장은 “모돈사는 에어컨을 돌리고 자돈들은 배기팬을 추가로 설치해 바람을 넣고 있다보니 평상시보다 전기소모량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라며 “아직 전기요금 조회를 하진 않았는데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최 지부장은 “가축재해보험 폭염특약에 가입해 있지만 자부담이 100만원이나 된다”라며 “돼지가 하루 1마리 꼴로 폐사하는데 사진만 열심히 찍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한우와 낙농은 다른 축종에 비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한우는 소들이 먹는 사료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무더위가 지속되는 동안 증체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도축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우 280두를 사육하고 있는 조규수 한우협회 영천시 지부장은 “더위에는 그래도 소는 견디는 편이다. 선풍기가 많이 보급된 편이라 40대 정도 구비하고 있고 요즘 24시간 내내 선풍기를 켜두고 있다”며 “생산성은 상당히 많이 떨어진다. 올해 유난히 더워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폐사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축종에 비해 더위에 비교적 잘 견디는 편이지만 축사를 쾌적하게 관리해 소가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조규수 지부장은 “날이 더우니 소가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앉아있는 것은 상관없지만 소가 고개를 잘 들고 있는지 확인해야한다”며 “앉아서 고개를 바닥에 갖다 대면 소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다. 물은 지속적으로 뿌리지 않을 거면 차라리 뿌리지 않는 것이 축사 바닥관리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 16일 경북 영천시 화산면의 한 축사에서 소와 송아지가 직사광선을 피해 대형선풍기와 그늘 밑에 모여 있다. 한승호 기자

낙농·육우는 한우보다는 폭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낙농가의 원유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분유재고량도 줄었다. 6월 말 기준 분유재고량은 1만5,978톤으로 올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고, 지난해 6월 2만1,300톤보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원유잉여량도 하루 158톤으로 지난해보다 60% 이상 떨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7~8월 동안 의도적 감산과 자연적 감산이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유생산량도 2013년에 근접하게 줄어들었다”며 “다만 홀스타인 품종이 더위에 약해 곳곳에서 소가 쓰러졌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올해 평균기온이 지난해보다 7월에는 1℃, 8월에는 1.5℃가 높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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