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농심, 생산안정제로 정부 불신만 더 깊어져

수급안정기금 4억7,000만원 모았지만 실제 보전금액은 410만원에 그쳐
병충해 피해 소득보전 대책 없어 사업참여 농가 소득 타격 방관만
정부 적립금 회수해 “생색만 냈냐” 눈총 … 최저예시가격 현실화에

  • 입력 2016.08.21 06:49
  • 수정 2016.08.21 06:5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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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생산안정제 시범사업을 실시한 해남지역 여론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미지근한 분위기다. 정부는 생산안정제를 통한 시장안정에 무게를 두지만 농심은 최저예시가격 현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9월 겨울배추 주산지인 해남군과 진도군의 7개농협에서 겨울배추 생산안정제 시범사업이 개시됐다. 이들 지역에서 겨울배추 수급조절을 결정할 주산지협의체 구성원을 뽑은 뒤 사업에 참여한 180농가에서 9,140톤의 겨울배추를 확보했다.

수급안정기금으로는 당초 6억7,450만원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실제 적립금은 4억7,210만원에 그쳤다. 사업기간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였으며 한달을 상순·중순·하순으로 나눠 보전기준가격을 결정했다.

사업기간이 끝난 뒤 6월 주산지협의체가 수급안정기금 사용을 심의해보니 1월 상순(1월 1일부터 10일까지)만 보전기준가격(1망당 4,620원)보다 가락시장 평균거래가격이 40원 낮은 걸로 나타났다. 동 기간 출하농가는 41농가에 출하물량은 1,026톤이었고 410만2,920원이 수급안정기금의 보전금액으로 산출됐다. 1농가당 겨우 10만원 남짓이 돌아갔다.

해남지역 참여농민들은 생산안정제에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김해윤 산이농협(전남 해남) 겨울배추 주산지협의회장은 “생산안정제보다는 농사를 잘 지어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게 훨씬 좋다”라며 “가락시장에선 좋은 배추를 꾸준히 공급하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꾸준히 확보해 일정하게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소비자 위주로 농산물 유통정책을 만들고 있다. 모든 농산물을 책임지라는 게 아니라 농가소득을 보장해야 할거 아닌가. 그걸 안하면 믿을 수 있는 정부가 못 된다”고 꼬집었다.

역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김춘만 산이농협 이사는 “(생산안정제가)가격이 올라가면 출하하게 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출하를 자제해 농산물 가격을 안정하겠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수급안정기금에 적립한 금액을 사업이 끝난 뒤 회수해 버렸다. 생색만 낸 것 아니냐”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계획한 수급안정기금의 30%인 2억240만원을 적립했었지만 사업기간이 끝난 뒤 회수했다. 올해도 시범사업이 시작할텐데 이 금액이 이월되지 않는다면 사업의 연속성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박기운 산이농협 상무는 “기존 계약재배(매취사업)보다 생산안정제(수탁사업)가 농협 입장에선 손실부담이 적다”라면서도 “시장안정차원에서 사업을 실시하는 것 같은데 이는 생산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위주의 사업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 상무는 “지난해 시범사업 물량이 미미해 올해 얼마나 물량을 늘릴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라며 “이제 논의를 해야겠지만 올해 수급안정기금 조성 계획은 10억2,600만원 즈음이다”고 전했다.

수급안정기금이 계약수량에 맞춰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사업물량이 늘어야 한다. 사업참여 희망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이기에 농민들의 호응이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사업을 진행하며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돼 이에 대한 개선없이는 농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계약물량 중 2,433톤이 병충해로 출하불능 물량이 됐는데 생산안정제는 이에 대한 보전대책이 없어 소득보전이 이뤄지지 않은 맹점을 보였다. 병충해로 출하물량이 줄어들며 시장가격은 상승했다. 이에 실제 농가들은 소득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수급안정기금을 통한 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똑같은 배추도 시장에 선호하는 품종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시장선호 품종이 출하시기별로 다르다는 점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주산지 현장과 거리가 먼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일 전남 해남군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최저예시가격 현실화, 쌀 변동직불금 축소 저지를 위한 해남농민대회’에서 농민대회 유인물을 살펴보고 있는 농민들 모습 뒤로 최저예시가격 현실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해남지역 농민들은 생산안정제보다 오는 10월 결정될 최저예시가격 현실화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해남군농민회(회장 성하목)는 지난 18일 해남군청 앞에서 최저예시가격 현실화 쌀 직불금 축소 저지를 위한 해남군민대회를 열고 최소한 정부가 조사한 생산비가 반영된 최저예시가격 현실화를 촉구했다. 

해남군농민회는 이 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올해는 3년마다 결정하는 7개 주요 채소 품목 최저예시가격을 결정하는 해이다. 현재 최저예시가격은 통계청 등 정부기관에서 조사한 생산비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가다”라며 “현재 고추가격은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생산비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만 맞추려 하는 정부 수급정책이 가져온 참사다”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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