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성주군 여성농민회원 염채언

  • 입력 2016.08.19 14:07
  • 수정 2016.08.19 14:28
  • 기자명 황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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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경북 의성군 봉양면)

하늘이 열을 받은 듯하다. 이 한증막 같은 더위는 겪어 본 적이 없다. 아침, 저녁이 아니고서는 급한 일 아니면 한낮은 일을 할 수 없다. 들의 나무와 풀들도 힘이 없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의성의 한 시간여 거리에 또 너무나 뜨거운 성주가 있다. 이때쯤 성주 농민들은 작년부터 시작됐던 참외농사의 수확을 거의 끝내고 여유를 찾아 휴가를 즐기고 원기를 충전할 시기다. 그러나 그 참외농사의 수확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36일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좀 있으니 성주군 여성농민 회원인 염채언씨가 온다. 농민약국을 운영 중인 채언씨는 여성농민 회원이면서 약사다. 성주군 여성농민회 사무국장도 4년이나 역임했다. 약국 운영 중에 하는 여성농민 활동이라 만만치 않을 테다. 직접 농사는 짓지 못하지만 농민들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채언씨네 약국엔 약보다 농산물들이 더 많다. 성주 지역 먹거리 채팅방을 만들어 좋은 먹거리들을 서로 공동구매 하고 있어서다. 우리 자두도 이 먹거리 방을 통해 소개 한 적이 있다. 갑자기 익어버린 자두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채언씨를 통해 먹거리방에서 판매를 했다. 너무 고마워 인사를 전하니 언니처럼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농민이 더 힘들지, 자기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겸손해 한다.

먹거리 채팅방은 지금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집회의 아주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일명 1318채팅방이라고, 사드 배치가 성주로 발표나면서 성주 주민들이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초대인원 한정이 1318명이라 누가 나가지 않으면 들어오지를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1318명은 다양하고 기발한 의견을 제시해 촛불집회 때 마다 생명력을 넣어 나갔다. 새누리당 장례식, 대구 치맥페스티벌 서명운동 등등….

그런 채언씨가 사드 배치 반대 촛불 집회에 외부세력으로 지목 됐다. 단지 말씨가 경상도 말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럼 성주사는 사람들은 다아- 경상도 말투여야 하는가? 성주로 시집와서 아이 넷 낳고 이렇게 잘 살면 성주 모범 군민으로 상을 줘도 손색이 없을 텐데 외부세력이라니. 모두 여론몰이라는 걸 잘 알지만 이건 너무나 어이가 없다. 아이 넷이나 낳고 성주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는 것은 기본 조사도 없는 터무니없는 기사인 것이다.

촛불집회의 마지막 차례로 채언씨가 뛰어 나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한다. 민주공화국인 이 땅에서 주권을 가진 국민이 이렇게 싫다고 36일째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귀를 막고 있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채언씨는 그 답답함을 율동으로라도 떨쳐 내고 싶은지 팔을 힘차게 내 뻗는다.

채언씨! 우리 모두 힘 합쳐서 이 땅 어디에도 괴물 같은 사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요. 그래서 채언씨네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아 갈 수 있는 한반도가 될 수 있도록,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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