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 입력 2016.08.19 11:51
  • 수정 2016.08.19 11:5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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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며칠 전 출입처 관계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밥이나 한 끼 먹자는 일상적인 전화였다. 먼저 떠오른 건 최근 화두인 ‘김영란법’이다. 그리고 든 생각은 ‘밥값’이다. 얼마 전 후배기자가 출입처에서 20만원을 호가하는 랍스터를 먹자고 하자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던 장면이 겹쳐져 떠올랐다.

관계자를 만나러 가면서도,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어찌하나’라는 생각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물론 20만원을 호가하는 대단한 식당에서의 식사자리는 아니었다. 김영란법이 제한하는 3만원 미만의 식사였다.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되니 법 시행 전이기도 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건 없다. 하지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은 답답함이 지워지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단순한 이치때문이다. 각자 먹은 만큼 내는 것이 가장 깔끔한 그림이다.

결국 얻어먹고 말았다. 변명을 하자면 관례적으로 밥 한 끼 먹는 자리에서 관계가 헝클어지는 게 걱정이 됐다. 10여년 전 기자생활 초기엔 이런 부분에 대한 자기검열도 하고, 식사접대도 받아선 안 된다는 세뇌도 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 관습처럼 굳어져온 취재 현실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런 종류의 문제도 아니다. 출입처에선 부정적인 보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기름칠이 필요하고 기자는 출입처 관계자와 밀착해야 기사와 관련된 내용을 얻을 수 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에 있는 출입처와 기자의 취재 현실이 ‘관례적 식사’라는 하나의 악습을 만든 셈이다.

김영란법이 화두로 떠오르며 정치권, 공직자와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은 또 하나의 부류가 바로 언론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비리사건엔 언론의 유착관계도 뒤따랐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그래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밥 한 끼 먹는 게 뭐 그리 문제냐’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젠 ‘김영란법’을 계기로 언론계에 횡행한 사소한 악습이 큰 문제의 시작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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