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7] 아픕니다

  • 입력 2016.08.12 15:58
  • 수정 2017.05.26 10:23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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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귀농·귀촌을 결정한 지난해부터 그 동안 관행농업을 해왔던 밭을 친환경 인증을 받기위해 화학비료나 농약을 일체 투입하지 않고, 석회고토, 퇴비, 미생물 등을 살포하며, 풀을 일부러 키워 갈아엎어 주고, 가을엔 호밀을 파종하여 땅심을 높이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이를 영농일기에 기록하여 보관함은 물론이다.

사실 농사일을 시작할 때부터 난 현행 농정이 일선 농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이뤄지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농민의 입장에서 실제로 겪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조금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며, 정부의 각종 투융자 사업이 현장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농민의 시각에서 체험해 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내 스스로가 정식 농민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간접체험이 아니라 직접체험을 해 보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농지원부도 만들고, 농협조합원에도 가입했으며, 농가경영체로 등록도 하고, 친환경 인증도 받았다. 이로서 정식 농부로서 정부가 원하는 요건은 갖춘 셈이다.

친환경 인증서를 받은 날, 기쁨 보다 더 생각이 많아지고 착잡해진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와 지속가능성과 정 반대로 가고 있는 당국의 한심함과 답답함이 초보농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제 남은 일은 열심히 친환경 유기생태농업을 공부하고 선배 농민들로부터 배워 농사를 잘 지음은 물론 그 농사가 얼마나 자연과 환경과 인간에게 유익한 것인지, 나의 작은 실천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관념적으로가 아니라 실천적으로 살펴보고 고민해 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농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안 쓰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연과 환경과 인간이 어떻게 어우러 지며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나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어떻게 부합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앞으로 차근차근 고민하고 정리해 보려 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농정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GMO문제 처리, GAP의 강조, LG와 해외자본의 농업진출 독려 등 친환경 농업이나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와 지속가능성과는 정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당국의 한심함과 답답함이 초보농부의 마음조차 아프게 한다. 그러니 선배 농부님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고 상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정부가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가슴에 못을 박다니….

친환경 인증서를 받은 날, 기쁨보다는 더 생각이 많아지고 착잡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길을 차분하게 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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