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입·수급안정 … 기로 놓인 자조금사업

정부, 자조금 사후감독권 갖고 수급안정 책임 피하지 말아야

  • 입력 2016.08.12 14:49
  • 수정 2016.08.12 14:5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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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 2003년 한돈자조금사업의 전신인 양돈자조금이 출범한 이후 13년 동안 자조금사업은 농가 거출금을 기반으로 소비홍보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사업간섭과 수급안정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축산분야 자조금사업의 선두주자로는 한우자조금, 한돈자조금, 우유자조금을 꼽을 수 있다. 한우자조금은 올해 예산규모가 약 394억원(농가거출금 158억원)에 달하는 자조금사업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거출금을 두당 800원에서 1,100원으로 올린 한돈자조금은 올해 예산규모를 약 302억원(농가거출금 163억원)으로 정했다. 우유자조금은 올해 약 123억원(농가거출금 43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세웠다.

이들 세 자조금의 예산은 농가거출금과 이월금을 제외한 대부분이 정부지원금이다. 3개 자조금의 정부지원금을 합치면 201억원이나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막대한 지원금을 명목으로 자조금사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자조금관리위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에서 사업이 통과돼도 다시 농식품부의 재가를 얻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정부의 역할은 긍정적 기능도 하고 있다. 김진중 우유자조금 사무국장은 “정부가 감독하고 있으니 자금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한우·한돈·우유 3개 자조금관리위가 공동으로 성과분석을 하게 된 배경도 농식품부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각자 특징이 있어 공동 성과분석은 문제가 있다. 농식품부에 독자적으로 성과분석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개입으로 자조금사업의 자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자조금은 정부 호주머니 속 자금이 된다”고 경계했다. 장 소장은 “사전 사업승인 대신 정부가 사후감독을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조금 사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는 정작 수급과 관련해선 손을 떼는 분위기다. 정상은 한돈자조금 사무국장은 “축산은 자조금이 활성화된 분야이니 스스로 수급조절을 하라는 분위기다. 그래서 수급안정자금으로 거출금에서 두당 200원씩 적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사무국장은 “100억을 수급안정자금으로 모아도 호수에 돌 하나 던지는 역할밖에 안 된다”며 “정부 역할이 너무 미흡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손종헌 한우자조금 사무국장 역시 “지난해 30억원, 올해 60억원 수급안정자금을 적립할 계획이다”라면서도 “정부가 이런 노력을 받쳐주면서 수급안정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가늠하고 있다.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자조금이 전방위적인 정부 간섭으로 정부사업비의 또다른 형태, 농식품부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지고 있다”라며 “비록 정부지원금을 받을지라도 자조금 운영권한은 운영주체에 위임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 등은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자조금이 정부사업을 수행하는 갑을관계가 수립되면 다양한 형태의 수급조절사업을 할 수 없어 탄력성이 없을 것이다”라며 “정부가 수급안정을 책임지는 게 맞다. 생산자 차원의 수급조절도 간섭 아래 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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