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렇게 큰 요구인가

  • 입력 2016.08.12 14:05
  • 수정 2016.08.12 14:06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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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입,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이 집권 여당의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신임대표의 수락연설 중 한 대목이다. “이 위대한, 대한민국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새누리당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을 지키는 일은 영광된 소명이고 이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존재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농민 백남기씨가 병상에 누워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인 지 꼬박 270여일이 지났다. 무려 아홉 달이다. 그 사이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여당은 참패했고 야당은 신승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백남기농민 국가폭력 사태에 관한 국회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다.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교두보가 뒤늦게나마 만들어진 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은 어깃장을 놓았다. 백남기 청문회도, 세월호 특조위 연장도, 민의를 받아든 야당의 행보에 사사건건 발목을 걸었다.

지난 4일 백남기 대책위 주최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가폭력 청문회 개최를 수용하라는 가족과 농민단체의 요구가 빗발쳤다. “병상에 누운 백씨에겐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문턱은 높았다. 새누리당으로 향하는 모든 문은 겹겹이 선 경찰과 의경이 원천봉쇄했다.

면담을 요청한 가족과 대표단은 한 발자국도 당사에 들이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백씨의 막내딸 민주화씨는 “새누리당에 생명존중의 마인드를 기대하는 게 그렇게 큰 요구냐”며 울분을 쏟았다. 부질없는 눈물이 뜨거운 복사열을 토해내는 아스팔트 위로 떨어졌다.

노래 ‘거위의 꿈’을 좋아한다는 이정현 신임 당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우리 사회를 거대한 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 꿈을 잃고 좌절한 사람들, 제 심정은 지금, 이 분들을 태우고, 거위처럼 날개를 활짝 펴서 하늘을 날아, 벽을 넘겨드리고 싶습니다.”

집권 여당의 이 대표가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가 힘주어 말했던 대로,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고, 우리 사회를 거대한 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벽을 걷어치우는 일이다. 시작은 백남기 청문회 개최 합의다. 이게 그렇게 큰 요구인가. ‘새로운 시작’을 표방한 새누리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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