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분조, 공동영농의 가장 작은 조직단위

  • 입력 2016.08.12 11:14
  • 수정 2016.08.12 11:20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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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 남단을 강타하고 있다.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열대야 현상 때문에 잠 못드는 밤이 길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북부지역도 마찬가지로 불볕더위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불볕더위는 쌀을 비롯한 곡물류나 과일의 생육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노지 잎채소 생육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친환경농업으로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의 경우 풀을 메는 제초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이 상대적으로 농사일이 덜 바쁜 농한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농사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는 가급적 농사일을 하지 않고 그 대신 조금 덜 더운 아침 무렵이나 저녁 무렵에 밭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게 요즘에는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가끔 폭염이 심한 가운데 무리하게 농사일을 하다가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뉴스가 들려올 때도 있다. 주로 혼자서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다 보니 폭염 때문에 쓰러지더라도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응급조치나 구조가 늦어져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볕더위와 폭염이 이어지는 북측에서는 일하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응급처치나 구조나 늦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는 빈도는 훨씬 더 낮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혼자서 농사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공동으로 농작업을 하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요즘 북측 농장에서 농사일을 공동하는 최소단위 조직이 분조이다. 협동농장의 경우 남측 기준으로 약 3~4개 리(里)를 통합하여 만든 조직으로, 대체로 그 경지규모가 작게는 약 300ha 내지 크게는 약 1,500ha 정도이고, 농가 호수는 약 500~1,000호이며, 농장원인 농민은 1,000~2,000명 정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협동농장은 경영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단위이고, 농작업 종류의 역할분담은 작업반(作業班) 단위로 이루어지며, 실제 농작업을 수행하는 단위는 분조(分組)이다.

협동농장은 복합경영체로서 거의 대부분 쌀, 옥수수 등을 비롯한 곡류와 채소류(남새), 과일류, 축산 등의 작목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며,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특작도 재배하고 있다.

그래서 농작업은 작목의 유형에 따라 쌀 작업반, 옥수수 작업반, 채소 작업반, 과일 작업반, 축산 작업반 등으로 구분하여 역할이 부여된다. 보통 쌀과 옥수수는 재배면적이 넓기 때문에 다수의 작업반으로 나뉘고, 그 외에는 작목별로 1개의 작업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통 1개 작업반은 해당 작목별 재배면적에 따라 약 50~100명 정도의 농민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어느 협동농장이나 농기계 작업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1개의 농기계 작업반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어서 트랙터, 이앙기 등과 같은 농기계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작업반 단위로 농작업 종류별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지지만 실제 농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분조 단위로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5~12명으로 1개 분조를 구성했지만 최근에는 분조의 규모가 두 세 농가를 묶어서 약 5명 내외로 축소되고 있는 추세이다. 비록 시범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분조를 없애고 개별 농가 단위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분조가 실제 농작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만큼 생산결과에 대한 책임 및 생산물에 따른 소득분배 역시 분조 단위로 이루어진다. 비록 과거에 비해 공동 영농의 규모가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개별 영농이 아니라 두 세 농가의 공동 영농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생산책임 및 소득분배가 분조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농가소득도 분조별로 차이가 발생한다. 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은 소득이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그것이 분조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작업반 단위로 생산책임 및 소득분배가 이루어지는 ‘작업반 우대제’가 주류였지만 1990년대부터는 작업반 보다 더 작은 규모의 분조 단위로 생산책임 및 소득분배가 이루어지는 ‘분조관리제’가 정착되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분조원의 수를 축소하는 개선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농작업의 생산책임 및 소득분배 단위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평균주의’의 폐해를 없애고, 농민의 영농의욕을 높여서 가급적 많이 생산한 농가일수록 더 많은 소득이 분배되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조치였다. 이러한 조치를 일반적으로 ‘농업관리방식의 변화조치’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다.

나중에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북측의 농촌을 볼 일이 있다면 아마 5명 내외로 농사일을 같이 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같은 분조를 구성하여 공동영농을 하는 농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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