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랑 무슨 얘기하나” 진짜주인은 해외자본

뒤늦게 영국계 투자사 어드밴스 인터네셔널(AI그룹) 존재 밝혀져
대기업 농업진출 아닌 해외자본의 농업진출, 초유의 상황
LG, 스마트팜 국산화·기술력 해외 수출 목표
AI그룹, 중국·일본시장 토마토·파

  • 입력 2016.08.07 08:51
  • 수정 2016.08.09 17:2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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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기업 LG가 새만금에 최첨단 농업시설을 갖춘 대규모 스마트팜, ‘새만금 바이오파크’ 조성을 한다는 계획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뜨겁다.

농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새만금 바이오파크 76ha 중 50ha에서 생산되는 토마토·파프리카에 쏠렸다. 국내 토마토 가격은 폭락해 자체 폐기를 하는 마당에 대기업이 토마토를 생산한다니 눈에서 불이 날 법도 했다. 파프리카 또한 일본수출 시장도 큰 재미를 못 봐 폐기처분하는 마당에 하루아침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LG는 국내시장에 절대 유입되지 않고 전량 수출을 확신했지만, 설명회 때마다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19일 파프리카 생산자단체와의 간담회를 계획했던 LG측은 돌연 간담회를 취소한 후 8월 초인 4일 현재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LG CNS 홍보부는 직접 방문해 설명을 듣고 싶다는 기자의 방문 약속도 일정상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말았다. LG가 새만금 바이오파크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LG, 새만금 바이오파크, 농식품부, 새만금개발청, 어드밴스 인터네셔널 그룹(AI그룹) 등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단어들을 추적해 보니 그림이 완성됐다. LG 새만금 바이오파크 조성 사업, 그 실체를 알아본다. 

LG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완성 목표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은 LG그룹 계열사인 LG CNS(대표 김영섭)라는 IT기업이 △한국형 스마트팜 설비와 솔루션 개발 △해외 설비시장 진출을 위한 첨단 시설원예 연구 실증단지 구축을 목표로 전라북도 새만금지역에 76.2ha(23만평)를 조성해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LG CNS는 첨단온실, 식물공장, R&D센터, 가공 및 유통시설, 체험단지, 기타 기반시설 등을 갖춘 최첨단 농업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LG측은 국내 유리온실 기술의 대부분이 네덜란드 기술로 이에 대한 국산화는 물론 국산 스마트팜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

LG CNS측이 지난달 1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전문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새만금 바이오파크에 대한 설명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군산지역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려던 LG CNS는 지역농민들의 ‘대기업 농업진출 반대’라는 거센 반발에 밀려 설명회를 열지 못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에 협조를 요청해 농업계 설득작업에 나섰다. 7월부터 언론, 농민단체 등을 만나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소통에 실패했다. 7월 19일 파프리카 생산자단체와의 간담회 계획도 LG CNS측에서 돌연 연기했다. 새만금 바이오파크 50ha의 유리온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처리 문제가 충돌지점인데, 이에 대한 LG CNS의 대책이 두루뭉술하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돼 왔던 터였다. 파프리카 생산자단체와의 설명회에 앞서 LG CNS가 투자사인 AI그룹 측에 ‘생산되는 농산물’ 수출 계획을 직접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어드밴스 인터내셔널’?
76ha 부지 매입 주체인 유럽자본

AI그룹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달 12일 국회 농해수위 김현권 의원실의 보도자료를 통해서였다. LG가 하는 사업인 줄 알았는데, 이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의 대부분을 AI그룹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LG CNS의 설명회 자료를 보면 스마트바이오파크 사업의 의미, 계획 등을 설명한 뒷부분에 ‘해외 투자사와 공동으로 바이오파크 조성을 하며 농업지원 서비스 회사를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한다’고 단 두 줄 언급돼 있다.

새만금개발청에서 나온 자료에도 바이오파크에 참여하는 주체에 대해 ‘생산자(농업인·전문재배회사), 수출회사(해외 유통기업), 설비회사(LG CNS)’로 표기했고, 해외유통 기업에 대해선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된 제품을 구매해 기존 보유하고 있는 수출선을 통해 해외 유통망에 공급’한다고만 명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해외투자사 AI그룹은 사실상 스마트바이오파크 사업의 실체이자 생산된 농산물의 주인이다. 새만금개발청의 자료에 따르면 AI그룹은 1963년 영국에서 설립됐고 1992년 터키 이스탄불로 본사를 이전했다. 국제화물운송, 물류서비스 등을 주요사업으로, 2013년 기준 매출은 1조8,000억원이며 62%가 물류업 매출이고 나머지는 에너지설비, 엔지니어링, 무역 등이 차지한다. 폴란드에 대규모 목장이 있다고도 한다.

당초 76ha 부지는 AI그룹이 100% 매입할 계획이었다. LG측은 이에 대해 재배실증단지인 50ha는 AI그룹이 전적으로 매입하지만 연구, 홍보, 기타 기반시설 등의 부지 26ha는 LG CNS와 AI그룹이 공동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동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투자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새만금 바이오파크의 총 사업비는 3,800억원. 토지매입비가 1,200억원 가량 소요되고, 나머지 2,600억원이 기술개발, 관리 등의 사업비용으로 쓰인다. 지난달 15일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이 사업비용 3,800억원은 AI그룹이 다 내고, LG는 기술개발비 2,600억원을 받는 용역관계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취재원은 “AI그룹이 중국과 일본에 신선농산물 수출을 공략하고 있는데, 한국이 최적지다. AI측은 부지에 대해 임대방식을 원했지만 결국 매입하기로 결론이 났다. LG는 스마트팜 기술을 제공할 뿐 농산물 수출 등은 권한 밖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선농산물 수출 생산기지가 필요했던 AI그룹과 IT기술을 접목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개발의 사업성을 봤던 LG의 결합이 이번 새만금 바이오파크의 출발점인 셈이다.

LG의 농업계 설득작업이 헛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사업이 아닌 걸 세세히 설명하려니 그때그때 답변이 이렇게도 바뀌고 저렇게도 바뀌고 한 것이다. 오죽하면 김 의원은 생산담당 업체를 만나야겠다, 하청업체(LG CNS)에 대고 무슨 말을 하냐고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부동산투기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AI그룹 입장에서는 토마토 농사가 잘 안되더라도 새만금지구의 모든 인프라가 완성되면 최소한 땅값은 몇 배 높은 가치가 발생하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땅 매입 주체는 돈을 벌게 돼 있는 구조다. AI그룹이 수년 후에 매각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피해는 농민들 몫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토마토·파프리카 등 시설농가에 돌아오는 생산 폭증, 수출시장 축소, 시장가격 교란으로 압축된다. 국내 생산량이 폭증되는 것도 문제지만 시장가격 교란은 더 큰 파장이 우려된다.

토마토 생산에 있어 가장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게 광열비인데, 새만금 바이오파크는 인근 발전소 폐열을 이용해 광열비가 무료라는 것이다. 일반 농가보다 30%는 절감한 상태로 시작한다. 게다가 LG 설명에 따르면 단동형 국내 시설에 비해 9~12배 생산력이 높다. 만약 이런 최고의 조건에서 생산된 토마토가 국내 시장에 풀린다면, 시장가격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이번 새만금개발청이나 농식품부처럼 대기업 투자유치, 외자유치, 농업경쟁력 제고 등 의미를 붙이면서 자본을 계속 농업에 유입시키면, 농지해제 문제까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게 농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업 검토 단계에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대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유럽 비아캄페시나 회의 때 한국의 농업현안 관련해서 LG의 농업 생산진출 문제를 설명하니 외국의 농민들도 스마트폰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어서인지 다들 LG를 잘 알고 있었다”며 “한국농민단체가 반대하는 기업이라면 세계 농민들도 연대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동부팜한농 농자재 불매운동의 국제판, LG 휴대폰 불매운동도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에 대해 해외자본의 농업침탈이란 표현을 쓴다. 한국농업의 체질이 바뀔 처지에 놓인 새만금바이오파크 사업, 농업계가 확대경을 들이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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