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만금사업, 실체는 ‘해외자본’

  • 입력 2016.08.07 08:46
  • 수정 2016.08.09 17:1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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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화옹에 이어 LG까지…. LG 씨엔에스(CNS)의 새만금바이오파크 조성 계획이 알려지자 농민들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실제로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달 6일 LG CNS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앞에서 열린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발표하는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모습 뒤로 LG의 로고가 뚜렷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LG 씨엔에스(CNS)의 새만금 바이오파크 조성 계획에 농업계가 술렁였다. 총 76.2ha(23만평) 중 26ha는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와 홍보단지로 만들고, 나머지 50ha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농업 생산을 하는 것이 새만금 바이오파크의 큰 그림이다. 

그러나 농업계는 “2013년 동부팜한농의 유리온실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 “가뜩이나 국내에 넘치는 토마토·파프리카 농사를 왜 대기업까지 나서느냐”며 긴장감이 역력했고, “생산되는 농산물 100%를 수출한다고 하는데 불가능한 얘기 아니냐”, “결국 수출시장도 대기업에게 내줄 판이다”라는 등 50ha에서 쏟아져 나올 토마토며 파프리카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를 향해 농민들은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 현수막을 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는 허깨비를 상대했다. 새만금 바이오파크의 진짜 실세는 우리나라 대기업 LG가 아니라 ‘해외자본’이며 생산되는 농산물도 ‘해외자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LG CNS가 본격적인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 설명회를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일간지 기자 대상 브리핑을 했고 농협중앙회에서 농민단체 대상 설명회를 가졌다. 이어 양재동에서 전문지 기자 간담회까지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설명회 자리를 적극 주선했으며, 특히 농업정책과는 모든 자리를 함께했다. 

그런데 간담회가 끝날 때마다 들리는 말은 일맥상통했다. 대기업 LG가 준비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다는 것과 현장질의에 대한 답변 또한 두루뭉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7월 13일 전문지 기자 간담회에서 LG CNS 오강국 홍보부장은 “간담회 때마다 중복되는 질의에 대해 Q&A자료를 곧 배포하겠다”고 대답했으나 이달 초를 넘어설 때까지 이렇다 할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업이미지를 중시하는 대기업 LG가 왜 이렇게 무책임할까에 대한 의문은 모든 사업의 주체가 ‘외국자본’이었다는 점에서 비로소 해소됐다. LG CNS가 대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은 지난달 12일 LG CNS의 새만금 바이오파크는 영국계 축산패커인 ‘어드밴스 인터내셔널 그룹(Advance International Group, AI그룹)’이 사업비 3,800억원의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해외자본 문제는 이때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에 따르면 새만금 바이오파크 부지도 당초 AI그룹이 100% 매입한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LG측은 생산부지 50ha는 AI그룹이 100% 매입하지만 나머지 26ha 연구부지는 LG도 일부 매입에 참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의 대부분을 AI그룹이 투자한다면, 이 사업의 주인공은 외국인 투자자인 AI그룹이 된다. LG CNS는 스마트팜 기술의 국산화만을 주도할 뿐이다. 그래서 설명회 때마다 “LG는 농사에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농업계의 공격이 생산되는 농산물에 집중돼 있다 보니, 현재 설명회는 중단된 상태다. AI그룹의 사업영역을 LG가 설명하기에는 당연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2016년 농민들은 해외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농사짓는 초유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기로에 서 있다. 설마 농식품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모르면서 농업계 설명회를 주선했대도 문제고, 알면서 설명회를 주선했대도 문제다. 

해외자본은 50ha 유리온실에서 연간 3만톤의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부산 대저농협 371가구 265ha의 토마토 생산량을 능가하며, 부여군 542농가 생산량의 2배와 맞먹는다.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이고 농민들이 뭉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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