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뭣이 중헌디?

  • 입력 2016.07.24 12:37
  • 수정 2016.07.24 18:1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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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석했던 축산관련 심포지엄이나 토론회에는 항상 사람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3시간 넘게 진행되는 터라 자리를 맡으려는 경쟁이 뜨겁지만 다행히도 본격적인 주제발표가 시작되기 전이면 앞 쪽에서부터 빈자리가 생겨난다.

이런 행사에서는 주최 측이 개회사를 하고 후원 측을 중심으로 간단한 축사가 이어지기 마련인데, 주최자가 국회의원일 경우에는 유독 축하의 뜻을 전달할 입이 많아진다. 최근 열린 축산 심포지엄도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렸고 역시나 많은 정치인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대부분 주최 국회의원에게 박수를 유도하기 바쁘다. 이 날 한 의원은 “축산의 ‘축’자도 모르지만 의원님이 법안에 서명하라고 하면 다 서명하고 뛰라면 뛰고 뭐든지 하겠다”고 발언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하라면 하겠다니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가는 둘째 치고 축사를 하느라 주제발표 예정시간이 20분이나 지났다. 옆 자리에 앉은 여성농민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김포에서 양계농장을 한다기에 일이 바쁠 텐데 심포지엄이 너무 길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래도 앞날이 달린 일인데 무슨 말 하는지 듣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죠”라고 하신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농민들은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앞으로 내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답답한 마음 전달할 수는 없어도 그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으러 국회까지 먼 길을 찾아온 것이다. 참석한 농민들 3분의 1 정도는 자리가 없어 서있기까지 한데 국회의원 축사를 한다고 매번 토론 시간을 20~30분씩 지연시키는 모습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국회의원에게도 소중한 시간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계가 걸린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들어보겠다고 당장의 생업을 뒤로하고 달려온 농민의 시간이다. 행사 시작이 늦어져 발표자와 토론자가 정보와 의견을 전달하는 시간을 제한 받고 청중의 질문권이 줄었다. 그로 인해 그 한 마디 듣겠다고 먼 길 달려온 농민이 듣지 못한 말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축사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축사만 남기고 각자 일정이 있다며 이미 아까 전에 강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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