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문제, 농민도 고충 있어”

웃돈 주는 농가 찾아 3개월 간격으로 농장 옮겨
일 없는 농한기에 월급 그대로 주는 것도 부담

  • 입력 2016.07.24 12:34
  • 수정 2016.07.24 13:0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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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알고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사장님’인 고용주 농민들이 말하는 이주노동자 고용 현실은 어떨까.

농촌은 고령화와 더불어 해마다 심화되는 이농현상으로 늘 일손이 달린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피하는 농축산업 현장에서는 늘 인력에 목이 마르고, 마침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이 농축산현장에 투입되면서 우리 농축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농가들은 농번기를 앞두고 각 지역의 고용노동센터에 이주노동자 지원을 신청한다. 총 두 차례에 걸친 신청을 완료하면 이주노동자의 이력서를 몇 건 받아보고 서류상으로 노동자를 고른다.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년을 기다리면 일을 도와줄 이주노동자를 만날 수 있다. 농가와 이주노동자의 계약은 최초 3년으로 고정돼있다. 3년을 일한 후 양쪽이 동의하면 최대 1년 10개월 계약을 연장해 4년 10개월까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농민들은 4년 10개월을 꽉 채워서 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뿐더러 3~6개월 사이에 이탈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충남 논산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양승구 농민은 “4년 10개월을 일하면 성실근로자로 등록을 신청해줄 수 있다. 3개월 동안 고향에 갔다가 다시 기존 농가로 재계약해 돌아오는 제도인데 우리 집에서 베트남 친구 2명이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아 지금 고향에 가있다”며 “나는 운이 좋은 경우고 주변 농가들을 보면 보통 3개월 안에 고용한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조금 더 주는 다른 집에 가겠다고 도망가거나 일을 안 하고 버티면서 사업장변경신청서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문제는 배정받는 이주노동자의 50~60%가 그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의 비도덕적인 사례가 전체 농민들의 문제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일손이 절실한데 이주노동자를 배정받기가 어려워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일차적으로 일할 사람이 없고, 농민들이 생계비를 벌기도 벅찬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서 초래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농촌의 구조적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문제로,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할 때 통상적으로 하루 8시간에 한 달 2회 휴일을 약속받는다. 최저임금을 적용해 한 달(30일 기준)에 약 136만원을 받는데, 여기에 숙박·전기·수도요금 등을 지원해주면 고용주인 농민은 15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를 인건비로 지출한다. 충북 괴산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임찬규 농민은 “일손이 부족하니 그만한 비용이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농한기가 문제다. 특히 겨울에는 해도 짧고 날도 추워서 근로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지만 월급은 고정된 만큼 늘 줘야하니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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