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체리보다 국산포도 어때요?”

‘새콤달콤’ 신맛·단맛의 오묘한 조화, 거창포도 출하

  • 입력 2016.07.17 18:22
  • 수정 2016.07.17 18:36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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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하우스 문을 연다. 밤새 또 알알이 익었을 포도만의 달달한 향이 훅, 코끝을 스친다. 혹여 새들이 들어와 수확할 포도에 생채기나 내지 않았을지, 새몰이를 위해 하우스 철골을 툭툭 치며 소리를 울리니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조용하다. 안심이다. 잠시 긴장했던 마음을 달래고 본격적인 포도 수확에 나선다.

일손을 도우러 온 같은 작목반의 이재숙씨가 포도가 가득 담긴 전동운반기를 밀며 웃고 있다.
투박한 손이건만 포도를 선별·포장하는 변인기씨의 손놀림이 조심스럽다.

오전 8시

지난 11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정장리에서 20여 년 가까이 포도농사에 매진해 온 변인기(57)·정영순(57) 부부의 일손이 거침없이 바쁘다. 비가림 포도재배시설의 경우, 이달 하순경에나 포도 수확이 가능하지만 가온을 꾸준히 해 온 하우스포도는 이제 막 출하가 시작됐다. 수확은 아내인 정씨, 선별은 남편인 변씨의 몫. 주로 부부끼리 합을 이뤄 작업하건만 오늘은 같은 작목반(상살미포도영농조합)에서 오누이처럼 지내는 이재숙(56)씨도 수확 일손을 거들고 나섰다.

이날 수확에 나선 품종은 ‘새콤달콤’한 신맛과 단맛이 어울리는 캠벨 포도다. 한 눈에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포도 따기를 수십여 분, 스티로폼 바구니 가득 포도가 쌓이자 전동운반기를 이용해 선별대로 향한다. 그나마 주중에 계속된 비 예보로 인해 수확량이 어제의 반절에도 못 미치는 40여 상자 수준이다.

투박한 손이건만 포도를 선별·포장하는 변인기씨의 손놀림이 조심스럽다.

오전 10시

‘참맛있다 상살미포도’가 적힌 5kg 상자에 하얀 종이로 곱게 싼 포도를 담는 변씨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그의 오른쪽 상자엔 ‘특’, 왼쪽 상자에는 ‘상’에 해당하는 포도가 담겨 차곡차곡 쌓인다. 그는 “포도송이의 크기에 따라 특과 상을 나눈다”며 “특의 경우 1상자 당 12~3송이 가량 담는다”고 귀띔했다. 출하 초기이긴 하지만 현재 특의 가격은 2만6,000원(5kg) 수준. 예년에 비해 1만 원 가까이 하락한 가격이다. 그는 “지금 이 시기엔 3만5,000원 정도는 돼야 수지가 맞는데 작년부터 출하 초기 가격이 좋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 가격을 감안하면 지금 어느 정도는 소득 보장이 돼야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오전 11시

비 예보 소식이 들어맞는가 싶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앞서 수확량을 줄인 탓에 포장 작업까지 오전에 마무리되자 변씨는 정장리마을회관 옆에 위치한 영농조합 창고로 포도를 실어 날랐다.

상살미포도영농조합 회원들이 출하해야 할 포도를 트럭위에 싣고 있다. 내 일처럼 나서기에 상자를 운반하는 손길에도 서두름이 없다.

오후 5시

이들 부부를 포함, 14농가가 속한 상살미포도영농조합은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그날 수확한 포도를 출하시킨다. 각 농가별 수량을 파악하고, 한 쪽 시장으로 물량이 몰리지 않게 조율하는 게 영농조합의 일이다. 수확 초기라 양이 많지 않은 탓에 창원청과와 진주중앙청과로 나뉘어 출하하는데 오늘은 총 509상자가 ‘상살미포도’ 이름을 내걸고 각 시장으로 출발했다.

영농조합의 최병훈(58) 총무는 “경기를 많이 타는 게 과일이긴 하지만 여러 FTA로 인한 수입과일 공세에 포도농가가 상당히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국산과일을 애용할 수 있도록 언론도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대형마트도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5톤 탑차에 포도를 싣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변씨도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품종 개량을 하는 등 노력하는 건 생산자의 몫이지만 국민들도 수입과일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국산과일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거듭 전했다. 그러니 올 여름, 수입체리보다 국산포도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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