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회장 수사 ‘부정선거’ 낙인만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 … 금품 제공 등 뒷거래 단서 못 찾아

  • 입력 2016.07.17 14:47
  • 수정 2016.07.17 14:4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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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첫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는 의혹을 일으킨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지난 1월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밝혔다.

검찰에 의하면 김 회장은 구속 기소된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지난해 12월 결선투표에 누가 오르든, 3위가 2위를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1차투표에서 3위에 그친 최 조합장은 결선투표 당일 2위였던 김 회장에 대한 지지 요청 문자를 107명의 대의원에 전송했다. 검찰은 이를 불법 선거운동으로 본 것이다.

더불어 김 회장은 선거 당일 대의원 17명에 지지를 호소했고, 투표장 안에서도 최 조합장과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선 투표 당일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엔 결선투표에서 있었던 후보자간 연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결선투표제를 선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 모든 분야의 선거에서 후보간 합종연횡은 합법적일 뿐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며 “결선투표가 없는 현행 선거법을 갖고 결선투표 방식의 선거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6개월 동안 6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200여명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최 후보가 김 회장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거나 선거 이후 특정한 직책을 보장받는 등 뒷거래 단서를 확인하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선거’라는 낙인은 찍었지만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결국 검찰수사가 정권이 원하지 않는 첫 호남출신의 개혁적 인사가 농협 회장에 당선된 것에 대해 기강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라며 “불구속 기소로 지루한 법정공방을 거치는 동안 농협중앙회장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 이사장은 여기에 더해 “김 회장의 혐의에 대한 판단은 결국 사법부의 몫이지만, 검찰의 눈으로도 큰 잘못이 없다는 게 밝혀진 이상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선거 당시 약속한 농협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농협의 수장으로서 당면한 농협법 개정, 직불제 개편, TPP와 대기업의 농업진출 등 정부의 산적한 반농업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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