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추리, 평화마을로 길 찾다

체험마을·토종종자 재배하며 마을공동체 이뤄
이달 공공근로사업 중단, 주민 주소득원 끊길 위기

  • 입력 2016.07.17 07:43
  • 수정 2016.07.17 07:5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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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사람들이 체험마을·토종종자지킴이 마을을 만들며 다시 평화를 희망하고 있다. 끝까지 대추리를 지켰던 주민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을 공동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9일 찾은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평화마을’은 황새울기념관에서 체험학습을 수행하는 학생들과 풍물패 연습으로 부산한 모습이었다. 대추리 평화마을은 끝까지 대추리를 지켰던 주민 44가구가 모여 이뤄진 마을로 주민들의 평화를 바라는 염원이 동네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황새울기념관은 2012년에 완공됐으며 대추리를 잊지 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종원 마을 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떠나 농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체험마을을 시작했다”며 “대추리를 기억하고 찾는 이들에게 마을이 할 역할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엔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생들이 3년째 마을을 찾았는데 물어보니 마을의 역사를 알고 주민들의 삶을 들었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온 거더라”고 덧붙였다.

황새울기념관은 1층엔 대추리전시관, 2층은 사물놀이교육원, 3층엔 소형 태양광발전기와 풍력발전기가 자리하고 있다. 체험객들은 이 기념관을 중심으로 전통음식만들기 체험, 목공체험, 사물놀이 난타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또, 기념관 옆 토종종자 재배밭에선 쥐눈이콩, 아주까리콩, 방망이수수 등을 심어 계절별 수확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신 이장은 “농업을 지키자고 싸웠던 주민들이기에 토종종자를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주민들 대부분이 집 앞 텃밭을 만들었다. 아직 농사에 미련이 많다”고 귀띔했다.

대추리 평화마을은 2014년엔 대추리사람들협동조합을 만들고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 신 이장은 “일을 벌리기만 했지 한계가 있다”고 겸손을 보였지만 경기도가 주최해 6일 화성시 협성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경기도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선 농촌운동분야 최우수 마을에 대추리 평화마을이 선정되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을주민들은 또 위기를 맞고 있다. 평택시에서 추진해왔던 공공근로사업이 중단돼 대다수 마을사람들의 주 소득원이 끊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 이장은 “주민 대부분이 7~80대 노인인데 농사말고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얻겠냐”라며 “이미 평택시에서 이달로 사업이 중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막막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마을 주민인 송재국(79)씨도 “공공근로사업이 끝나 걱정스럽다”라며 “자꾸 예전 대추리에서 살던 생각이 난다. 평범하게 살던 농촌사람으로 살았는데 우리 얘기는 조금도 듣지 않고 일사천리로 쫓겨났다”고 아직도 풀리지 않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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