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길

  • 입력 2016.07.17 01:15
  • 수정 2016.07.17 01:16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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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한국에서도 ‘지방소멸’이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기초지자체 228곳 중 79곳이 소멸의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일본에서도 <지방소멸>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다. 현재 일본의 인구감소 추세면 30년 안에 지자체 절반 896개가 소멸한다는 연구결과는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방소멸>은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속한 20~30대 여성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인구소멸의 중요 변수로 본다. 즉, 아이를 낳을 20~30대 여성인구가 전체 인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을 경우 이 상대비가 0.5에도 못 미칠 때, 이를 인구소멸 위험의 기준점으로 잡는다. 이 기준점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한국에서도 이 상대비가 기초지자체 228곳 중 79곳에서 0.5에 못 미친다. 3곳 중 1곳이 소멸의 위험에 처한 것이다. 전남 17곳, 경북 16곳, 전북과 경남 각각 10곳 등 상대적으로 농촌인구가 많은 곳이 위험한 지표를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면서 인구절벽 상태에 돌입한다. 내년부터 인구절벽의 본격 시작은 지방소멸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인구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은 물론 소비·투자 감소, 사회보험 재정 고갈, 국가부채 증가 등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미치게 되고, 지역간 산업간 계층간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양극화로 고통 받는 지방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여 지방소멸을 앞당기게 된다.

백약이 무효가 되기 전에 지방을 살리는 비상한 국가경영의 비전과 방책 찾기에 서둘러야 한다. 지방을 살리는 길, 지역·산업·계층이 좀 더 평등하고 공생하는 길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 그 길은 무엇보다 지방의 기간산업인 농업을 살리고 내수경제를 받쳐주는 농촌경제를 부흥하며 먹거리와 국토환경 및 역사문화의 지킴이인 농민을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2차 세계대전 후 걸어왔고 지금도 철저히 하고 있는 길이다.

“후진국이 공업화로 중진국이 될 수 있지만 농업·농촌 발전 없이 결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주장은 농업·농촌 붕괴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에 새삼 강조된다. 농촌과 도시, 농업과 비농업, 농민과 소비자국민이 좀더 관계를 맺고 공생하는 길을 걸어온 이들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농민을 보호하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을 꾀하며 식량주권·지역사회활성화·국토환경보전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최대 발휘에 집중해온 농업선진국이라는 데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여의도 면적의 약 120배나 되는 농지를 완전히 풀겠다고 나섰다. 농업진흥지역에서 즉시 완전 해제되는 농지면적 약 5만7,000ha는 새만금 간척으로 얻어진 농지면적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땅이다. 지금까지 강행해온 농업해체·농촌붕괴 정책으로 인한 지방소멸 악화를 모른 척 하며,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자본·토건족에 지방회생의 희망을 먹이로 내던져주는 작태를 서슴지 않는다. 선진국으로의 길이 아니라 완전히 지방소멸로의 길로 가고 있다.

농지와 환경과 식량을 지키며 다원적 기능을 최대 발휘하는 농민에게 한 푼이라도 예산을 아끼고 더 확보하여 정부가 직접 지불금으로 보상하는 길! 국민의 먹거리 생산기반이라는 공공재로서의 농지를 최대한 보호하고 기름지게 잘 가꾸는 길! 곧 농민과 농지를 보호하고 북돋아주는 나라가 지방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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