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실농사, 이대로는 못 짓겠다”

정병모 구례군매실연합회장

  • 입력 2016.07.17 00:59
  • 수정 2016.08.18 20: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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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7일, 구례군 매실농가 3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비상총회를 열었다. 매실 생산자조직으로는 농협의 매실생산자협의회가 대표적이지만 일선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총회를 연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매년 수확철마다 반복되는 언론의 공격과 가격하락. 매실농가는 벼랑에 몰리고 있다. 올해 수확은 이미 끝났지만, 올해와 똑같은 내년을 만들지 않기 위한 농민들의 팔뚝질이 지금 시작됐다.

정병모 구례군매실연합회장

매실농가가 이만한 규모의 모임을 가진 것이 아마 처음인 것 같다.
3년 연속 매실농가가 정말 힘든 상황에 있다.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박스당 300원이 떨어진다. 인건비 자체가 나오지 않아 아예 수확을 포기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구례군농민회 구례읍지회와 지리산구례공동체의 도움으로 총회를 꾸리게 됐다. 더 이상 조합장들(농협 매실생산자협의회)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으니 농가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보자는 뜻이고, 그 시작을 구례에서 주도한 것이다.

몇 년째 매실가격이 바닥을 기는 이유는?
2000년 이후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한 탓도 있지만 최근 3년 특히 어려워진 것은 언론의 부정적 보도 탓이 크다. 수확 초기엔 가격이 양호하다가 꼭 본격 수확철이 닥치면 언론이 공격을 하고 가격이 곤두박질친다. 언론 보도와 가격 하락은 소비자 불신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수요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최근 청매실 독성 논란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독성이 있는 식재료는 매실이 아니라도 많이 있다. 문제는 독성이 있다는 것만 부각시키고 씨 제거나 장기숙성을 통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사리도 삶아 우려내야 안전하고 토란도 독성을 빼고 사용해야 한다. 복어도 그냥 먹으면 치명적인 독이 되지만 잘 손질하면 최고급 요리가 되지 않나. 독성이라는 자극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것은 개인의 인기몰이를 위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며 그 한 마디에 농민들이 이렇게까지 피해를 입는다는 걸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 7일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뭔가.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FTA 간접피해 보상이라든지 정부로부터 합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해 보기로 했다. 군청에는 박스보조금 지원을 요구할 생각이다. 일방적인 언론보도를 견제하고 농가 측 전문가가 참석한 토론회라도 열어 내년에는 언론으로 인한 피해가 없게끔 하려 한다. 정부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나 지자체의 최저가격보장조례 제정도 함께 촉구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구례를 중심으로 매실 주산지 농가들의 세력을 모아 보려 하고 있다. 순천·광양·곡성 매실농가 대표들과 이미 회의를 가지고 있고, 그 밖에 다른 지역들은 물론 감 농가와의 연대도 추진할 것이다. 어쨌거나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여럿이 모여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게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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