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기자회견실 사용 제한 유감

  • 입력 2016.07.15 13:35
  • 수정 2016.07.15 13:37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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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다. 강원도 정선에선 빗길 사고로 네람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일도 생겼다. 평소 주민들이 사고구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가드레일을 시정해달라 요청했었으나 군청에서 귀담아 듣지 않아 주민들은 이 사고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관청은 한 두곳이 아니다.

최근 경북도청 신청사에서 농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어 경북 안동에 갔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수단으로 농어민의 피해를 크게 부풀리고 있어 농민들이 일손을 제쳐두고 도청으로 모인 것. 그날도 계속 비가 내렸다. 본청 앞에 들어서니 농민들이 보이지 않았다. 경비원에게 “오늘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냐?”고 문의하니 반대편을 가리켰다. 100여m 떨어진 곳에 농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기자회견 장소를 고심하는 중이었다. 도청관계자에게 기자회견실 사용을 요청하자, 도청 측은 “단체에서는 기자회견실을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기자회견 시간은 지체됐다. 화가 난 농민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사용을 불허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자꾸 문제를 크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본청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당황한 도청관계자들과 경비원들이 문을 닫고 조율에 나섰다. 외부 탐방객들이 자유로이 도청 문턱을 넘나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농민들은 밖에서 30여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한참 후, 도청 측은 1층 홍보실을 기자회견 장소로 내어주겠다며 “추후 다른 공공기관에서 단체의 기자회견실 사용 선례를 공식적인 서류로 제출해주면 사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며칠 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다시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에게 전화를 하니 이번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북도연합에서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농민들의 기자회견실 사용 제한은 사소한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도청이 어떻게 도민에게 열린 행정을 펼칠 수 있단 말일까.

장마가 끝나니 이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차례다. 신청사가 으리하게 지어진 것과 농민들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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