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유기농업 잡초방제 돌파구를 찾아라①
농약과 비료 등 고투입 에너지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관행농업을 주도해온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 농진청)이 외부 투입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유기농업의 잡초관리 연구를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는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인 친환경농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기농업과는 그동안 병해충 관리 분야에서는 난황유, 아인산염, 황토유황, 클로렐라 등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관리기술을 개발·보급했다. 하지만 잡초관리 분야에서는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흑색비닐 멀칭 등 기존의 관리기술을 개량하는데 머무르고 있었다.
예컨대 오리농법의 경우, 오리의 분뇨는 양분으로써 효과가 있지만 오리 개체수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양분 관리에 해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리 개체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는 식이었다.
농진청은 앞으로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유기농업 잡초관리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유기농업과는 먼저 잡초에 대한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전부터 잡초 관리는 ‘농사의 절반’이라 불려왔다. 관행농업에서는 제초제의 효과를 과신해 잡초의 박멸이 가능하다고 보고 다양한 제초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슈퍼잡초’로 불리는 제초제저항성 잡초의 출현을 초래했다.
생태계 보존과 종 다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유기농업에서는 잡초도 농업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잡초는 무리하게 완전 박멸할 대상이 아니고 근절할 수도 없음을 인정하고, 농작물 생산량이 현저하게 줄지 않을 정도에서 생태적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기농업과는 유기농업 잡초관리를 위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잡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라고 말한다. 잡초의 생태적 관리를 위해서는 당연히 잡초의 생리·생태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 개별 농가에서도 자신의 농경지에 있는 잡초와 관련한 정보가 있어야 효과적인 잡초 방제가 가능하다. 또 자신의 논, 밭의 흙이 잡초 종자의 보관소, 종자은행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잡초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유기농업과는 작물보호과 등과 연계해 본격적으로 잡초의 종류, 생태적 특성 등을 연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정래 유기농업과 연구사는 “유기농업 잡초관리를 위해서는 잡초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잡초도 생태계의 일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유기재배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리 방안을 동원해 장기적으로 흙 속의 잡초종자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