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산자관리교육, 방식 전환 필요하다”

틀에 박힌 형식 바꿔 농민 적극 참여 유도해야… 유급 생산관리자 따로 뽑아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

  • 입력 2016.07.10 23:52
  • 수정 2016.07.10 23:5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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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충북 청주시 외곽에 위치한 충북농업기술원. 주변은 온통 논밭이고, 청주역에서 버스로 50분 걸릴 정도로 교통도 불편해서 출근하는 공무원들 외엔 인적이 드물다. 이곳에 평소보다 많은 100여 명의 농민들이 모였다. 100여 명 중 4분의 3 이상은 얼핏 봐도 50대 중반 이상의 어르신들로 보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도 많다.

지난 6일, 충북농업기술원에선 ‘2016 친환경농산물 인증 생산관리자교육’이 열렸다. 해당 교육은 친환경인증에 대해 전반적 관리능력을 갖춘 친환경 생산자단체 생산관리자 양성 및 친환경농업인이 갖춰야 할 자세, 소양을 익히는 데 목표를 둔다. 올해 교육은 지난달 7일 대전에서 시작돼 공주, 전주, 목포 등 각지에서 총 20회에 걸쳐 진행된다.

2015년 1월부터 정부는 친환경농업 생산자단체(구성원 5명 이상)에서 자체적 관리능력을 배양하는 ‘생산관리자’ 제도를 시행했다. 생산관리자는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한 지침서의 작성 및 관리, 영농 관련 자료의 기록 및 관리,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는 신청인에 대한 인증기준 준수 교육 및 지도, 인증기준 적합여부 확인을 위한 예비심사 담당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날 교육을 받으러 온 농민들은 생산관리자 인증을 받거나 인증 갱신을 위해 왔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청주 관내와 근처의 진천, 괴산 등에서 왔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충북 끄트머리 단양, 심지어는 경북 예천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예천에서 온 한 농민은 “지난번 대구와 안동에서 열린 교육 때 못 가서 여기로 왔십니더”라며 웃었다. 생산관리자 인증을 받거나 갱신하기 위해선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농민들이 농사 일정과 교육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예천에서 온 농민들도 농사 일정과 안 겹치는 시점을 찾다 청주까지 오게 됐다.

이날 교육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11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공무원이 친환경농업의 주요 정책방향에 대해 알리는 내용이었다. 점심식사 후 1시부턴 건국에코써트인증원 정형석 사무국장이 생산자단체인증 신청 요령과 인증예비심사방법 등에 대해, 2시부턴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김영규 정책기획실장이 생산관리자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교육했다.

참석한 농민들은 대체로 생산자관리교육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동의했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온 70세의 한 농민은 교육이 벼농사 관련 생산관리에 도움이 된다면 본인의 벼농사 일정과 교육이 겹치더라도 꼭 참석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청주시 상당구의 농업회사법인 ‘거북이학교’에서 친환경 표고버섯 재배를 하는 황병권 씨도 “친환경농업 인증 관련한 법률이 자주 바뀌다 보니 교육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 또한 친환경농업인들 각자 자기다짐을 하기 위해 참석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생산관리자 인증을 받게 되면 같은 농사를 짓는 농가를 최소 다섯 농가 이상 책임지며 관리하게 된다. 최대 40~50농가(약 150~200명)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황씨는 일곱 농가를 관리한다며, “관리하는 게 쉽진 않으나 같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한다는 면에선 장점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의 방식에 대해선 일부 아쉬운 목소리가 들렸다. 단양에서 온 64세의 영농조합 소속 농민은 방식이 너무 판에 박힌 것 아니냐며 의견을 내놓았다.

“교육도 현장체험교육 형식으로 가야 한다. 농민들이 어느 농가를 방문해서 ‘나는 이렇게 농사짓는데 저 집은 저렇게 짓네’ 하며 비교체험을 통해 배우는 방식 말이다. 아니면, 오늘도 충북 각 지역에서 농민들이 왔으니 어떤 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좋은지 토론하는 식으로 해야지, 이건 늘 판에 박힌 이야기 위주니까 농민들도 꾸벅꾸벅 졸고 그러지 않나”

김영규 실장은 “당초 친환경농업 단체들이 농식품부에 주장한 건 오늘 여기 모인 어르신들처럼 연세 많은 분들께 이런 교육을 시킬 게 아니라, 유급으로 생산관리자를 따로 둘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 말했다. 봉급을 받는 생산관리자를 선발해, 그들로 하여금 농민들의 생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게 하자는 뜻이다. 김 실장은 그렇게 함으로써 친환경 농업인도 육성하고, 청년취업 문제 해결에도 어느 정도 힘을 보탤 수 있지 않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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