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농업진출, 볼썽사나운 여론몰이

  • 입력 2016.07.08 14:05
  • 수정 2016.07.08 14:06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그룹이 새만금에 스마트팜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여론몰이가 벌어지고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한 예로 모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해야 농촌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억지 주장까지도 들고 나왔다. 이런 궤변은 마치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하여 골목상권이 활성화 됐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가져온 병폐가 너무도 심각해 뒤늦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는 사후약방문이 나온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로 지금도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골목상권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면 수많은 농민들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농기계, 종자, 비료, 농약, 유통, 가공 등 농업생산을 제외한 모든 농업 관련 산업이 대기업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농산물이나 식품을 구매하는 가격 중에서 농민의 몫으로 돌아가는 부분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고, 그 대신에 대기업의 몫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농산물 가격 중에서 농민의 몫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약 15~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기업이 농업생산에 진출하면 이 몫의 상당 부분도 대기업이 농민에게서 빼앗아 갈 것이다.

아울러 LG측이 농업생산 외에도 스마트팜 설비를 농가에 보급하겠다고 한 대목에서는 농가부채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예전에도 정부는 농업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여 농기계와 유리온실 등을 농가에 보급했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정부가 농가에 지원한 돈은 거의 대부분 농기계회사와 유리온실 제작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농기계와 유리온실은 과잉·중복·부실 투자의 대명사로 낙인찍혔고, 지원을 받은 농민은 수익성이 맞지 않아 결국에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스마트팜 설비를 보급하는 대기업은 돈을 벌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세금과 농민의 부채로 떠넘겨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농민의 고혈을 짜내서 대기업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에 앞장서는 여론몰이는 결국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암적 존재와 같다.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농업 진출에 대해 억지주장과 궤변을 유포하면서 장밋빛 환상을 퍼트리는 볼썽사나운 여론몰이는 중단돼야 마땅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