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농약 인증 폐지 반년 … 과수농가 지원 대책 시급하다

“일관성 없는 농약 관련 정책 시정해야”

  • 입력 2016.07.04 18:16
  • 수정 2016.07.06 10:2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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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올해 1월 1일 부로 친환경 농산물 저농약 인증 제도가 폐지됐다. 이로써 기존에 저농약 인증 기준에 맞춰 농사를 지어온 이들은 무농약·유기농법으로 전환하거나,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우수농산물관리제도) 기준에 맞추거나, 기존 관행농법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저농약 인증제 폐지로 과수농가들의 한숨이 늘었다. 덥고 습한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로 인해 과수 재배 과정에서 병충해가 많이 발생한다. 이 상황에서 무농약·유기농 과수 농사는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농민들의 입장이다. 적은 양이나마 농약 사용을 안 할 수 없다. 안 그러면 벌레가 과일을 파먹거나 때가 새카맣게 묻어 시장 경쟁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관행농법으로 돌아가면 농약 및 비료값이 더 들어가며, 나아가 제초제를 쓰게 될 시 토양 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 경북 김천에서 사과와 자두 농사를 짓는 김동훈 씨는 친환경농산물 저농약 인증제 폐지 후 과수농가들이 가진 고민을 토로했다. 농장에서 사과나무를 살피고 있는 김동훈 씨.

경북 김천에서 34년째 과수 농사를 짓는 김동훈(59)씨. 그는 저농약 인증제 폐지 후 GAP 기준에 맞춰 사과와 자두 농사를 짓는다. 그도 저농약 인증제 폐지를 아쉽게 생각한다며 “인증제 시행 시엔 중앙정부의 지원이 조금씩 있었는데, 폐지 뒤 GAP 쪽으로 전환하니까 (지원이) 하나도 없더라”고 말했다.

사과는 10kg 한 상자 당 시장시세 기준 3만 5000원으로 공판장에 넘긴다. 다른 농산물도 그렇지만, 사과 가격도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다. 김씨의 과수 농사 수익 대부분은 농자재 외상값을 치르는 데 들어간다. 농자재에 들어가는 비용만 매년 2,500만 원 정도이다. 여기에 인건비 1,500만 원을 더하면 4,000만 원 가량이 든다. 그나마 이어지던 중앙정부의 지원도 끊겼다. 김씨는 “다른 농가들 상황은 더 안 좋다. 많은 사과 재배 농가가 사과 다 팔아도 농약과 퇴비 구입으로 생긴 빚도 못 갚는다. 가계 재정이 적자 상태인 농가가 매우 많다”고 했다.

과수 농가 중 일부가 GAP 인증으로 방향을 잡았고, 대다수의 농민들은 거의 일반 관행농으로 돌아갔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유기농·무농약 쪽으로 넘어가는 농가는 극히 드물다. 이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친환경 농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저농약 인증제 폐지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과일 재배 농가 중 단 17%만이 유기농·무농약 농법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정부가 유기농·무농약 농업을 정착시킬 고민이 있다면, 무엇보다 유기농·무농약 과수 재배를 시도하는 농가에 대한 차액 보전 등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유기농 및 무농약 과수재배에 누가 동참하겠냐는 뜻이다. 김씨는 “유기농이나 무농약 재배로 과일 다 썩어버리면 그 농민들은 밥 벌어먹고 못 산다. 어느 정도 차액이 보전되어야 농민들 입장에서 걱정 없이 유기농 또는 무농약 농법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GAP 인증제와 관련해선 농약 관련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천시 구성농협 관계자는 “GAP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한다는 기조인데, 제도상에 모순이 있다. 똑같은 핵과류(단단한 과육이 씨를 둘러싼 과일류)인데 복숭아엔 허용되는 농약이 자두엔 극소량도 허용이 안 된다. 조금만 검출되어도 출하 정지를 시킨다”며, “그러면서 제초제 사용은 권장한다. 앞뒤가 안 맞는다. 차라리 제초제 사용을 막는 게 우선 아닌가”라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농약 관련 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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