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당당한 ‘생산의 주인’ 여성농민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당당한 ‘생산의 주인’ 여성농민
  • 황정미
  • 승인 2016.07.0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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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미(경북 의성군 봉양면)

자꾸 핸드폰에서 신호음이 울린다. 은행에서 오는 알림 서비스다. 잔액이 부족하니 빨리 입금하라는 명령이다. 남편 통장의 돈을 빌려 막아 넣는다. 그래 이제 자두가 엉덩이부터 익고 있으니 내 계좌도 돈맛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농촌의 대표 계좌는 남편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나도 내 계좌는 외울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가 전여농의 인터넷 장터인 언니네텃밭이 만들어졌고, 실무자의 추천으로 자두를 내게 되었다. 언니네텃밭은 당연히 생산자는 내 이름으로 등록이 되고, 그 대금도 내 이름으로만 입금될 수가 있다. 그러니 이제 유령 같았던 내 은행 계좌도 외워지게 됐다.

마늘을 캐고 돌아서면 성질 급한 자두는 익기 시작한다. 꼭 이제 마늘 다 캤으니 우리 차례입니다라고 하는 듯이…. 첨에 우리도 자두를 따 인근 공판장에 냈다. 그러나 공판장은 초보 농민들 기 죽이기는 안성맞춤이었다. 그곳도 여전히 존재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자두의 물량이 많은 농가는 공판장이 알아서 가격을 경락해 준다. 가격이 좀 약하게 나오면 일명 마당장이라는 경매사가 한 번 더 제스처를 주면 가격은 올라간다. 이름 없는 소규모 농가는 흔적도 없이 지나간다. 처음엔 하도 억울해 최고가 농가의 자두와 우리 자두를 비교해 봤다. 내 눈에 좀 차이야 나지만 가격이 배가 넘도록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그 마음의 상처는 커서 다음날 자두 따는 힘마저 빼앗겨 버린다. 그러니 상자에 담는 작업도 별 신경이 안 쓰인다. 그러니 일명 속박이 작업이 저절로 된다.

그러다가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의 만남 장터인 언니네텃밭에 자두를 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적정 가격도 생산자인 내가 정했다. 소비자들도 밭에서 금방 딴 자두를 다음날 바로 받을 수 있으니 그만큼 싱싱한 자두 맛에 감탄했다. 늘 마트에서 사 먹던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자두가 이런 맛이었냐며 칭찬도 해 준다. 반면 다른 소비자도 있다. 너무 시다고 하기도 하고 크기에 대한 불만도 있다. 내가 생산한 자두를 누가 먹는지 알 수 없는 조건에서 소비자와의 소통이 가능한 언니네텃밭의 장터는 생산자를 힘나게 했다. 당연히 택배라는 운송방법 때문에 포장 등 일들은 많아졌다. 택배 사고도 간간이 터지고…. 생물인지라 더 신경은 쓰이고 위험 부담도 컸다. 그래서 포장을 아주 신경 써서 했다. 눌려서 터지는 경우가 있어 상자 양쪽 끝을 덧대어 눌리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이런 등등의 일에서 남편과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한다. 이런 것들이 번거롭고 익어가는 자두의 물량을 다 처리하지 못하니 그냥 공판장에 내자는 것이다. 약간은 죄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이름값인 모양이다. 이제는 몇 년이 흐르니 그런 말은 안 한다.

그렇게 내 통장에도 부(?)가 쌓이기 시작했다. 쌓이기도 바쁘게 남편의 통장으로 옮겨져 빠져나가긴 하지만….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일명 비자금을 조금씩 뗄 수가 있었다.

이제 자두를 딸 새벽녘이다. 촉촉한 이슬을 맞고 있을 자두를 따서 오매불망 자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소비자를 위해 자두 밭으로 나선다.

자두의 빛깔은 그야말로 감탄의 대상이다. 모든 작물들이 그렇지만 제대로 익은 빛깔은 정말 아름답다. 벌레가 먼저 먹었거나 새가 쫀 것을 한입 베어 문다.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진다.

비타민이 가득 든 이 자두가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말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어 이 여름을 잘 넘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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