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지주 현실로 경제지주 미래를 보다

순이익 줄고 부실화 문제까지 … 지역농협, 금융지주 자회사와 ‘격돌’

  • 입력 2016.07.01 13:13
  • 수정 2016.07.03 09:4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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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은행의 조선과 해운업체 여신은 5조2,000억원 규모며 상당부분 부실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손충당금만 무려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농협은행의 부실로 농협금융지주, 더 나아가 농협중앙회까지 흔들리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현재를 들여다보면 농협경제지주의 미래가 보인다.

2012년 설립된 농협금융지주와 경제지주. 문제는 농협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1990년대부터 범농업계가 요구해온 신용사업·경제사업의 분리(신경분리)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명분으로 금융부문을 금융지주로 분리하기 위한 방편이 된 점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금융지주 부실화는 이 순간부터 예견됐다.

지주체제 도입 이후 금융부문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2014년 7,785억원에서 2015년 4,023억원으로 줄었다.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도 2014년 4,460억원에서 2015년에는 2,8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2년 지역농·축협이 운영하던 공제사업이 금융지주 자회사인 NH농협보험사 사업으로 이관된 후 불공정한 위탁판매 수수료 등으로 지역농·축협의 수익구조가 오히려 악화된 점도 문제다.

또한 지역농협에선 금융지주 전문성 강화에 대한 효과는커녕 오히려 자회사와의 경쟁으로 갈등만 쌓였다. 평택에선 지난해 6월 평택농협 소사벌지점과 불과 420m 거리에 농협은행이 지점을 개설하려고 해 문제가 됐다. 이상규 평택농민회 정책실장은 “금융지주가 된 후 목이 좋은 곳이면 지역농협이 있더라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며 “평택만이 아니라 대전과 화성의 신도시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 극대화가 목표가 되다보니 협동조합 정신과는 점점 멀어지면서 발생한 사태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지주체제 도입과 금융지주 부실화의 배후엔 ‘모피아(Mopia : 금융계 내 재무관료 출신 인사)’가 있다”며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체질개선은 온데간데없고 모피아의 자리만 만들어 준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지주 전현직 대표는 대부분 모피아 출신이다.

장 소장은 “금융지주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제지주 이관이 완료되면 지역농협과의 경쟁이 첨예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경제지주가 추진중인 도별 물류센터는 경기 안성과 경남 밀양에 건설됐고, 횡성과 장성, 제주 등 3곳에서 설립 중이다. 품목조합의 공판장 기능과 중복되는데다 기존 지역조합 APC(산지유통센터)의 소포장 공급까지 물류센터가 맡아 침해하고 있다.

장 소장은 “시장에서 밀어내거나 결과적으로 지역조합에 손해를 끼치는 등 협동조합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행태나 다름없다.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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