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수입쌀을 사료로 쓰기까지

  • 입력 2016.07.01 13:12
  • 수정 2016.07.04 09:39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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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수입쌀 사료화,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니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씁쓸하고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수입쌀 재고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수입쌀은 46만톤으로 전체 재고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도 41만톤의 수입쌀이 들어온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처리대책에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입쌀은 우리 쌀을 밀어내고 있다. 아예 정부는 팔을 걷어붙이며 우리 쌀 감축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3만ha를 감축할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앞두고 2015년부터 수입쌀 처리 대책의 하나로 사료화가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수입쌀에 대한 용도 제한이 풀렸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었다.

일본만 하더라도 2010~2014년 동안 수입쌀의 40%를 사료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모델 베끼기 좋아하는 한국정부도 수입쌀 사료화를 바로 시행할 것으로 봤다. 특히 2015년에는 쌀값이 대폭락하고 쌀 재고가 심각해졌기 때문에 사료화는 정부 양곡정책의 숨통을 열어 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입쌀 처리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수입쌀 사료화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22일 어느 간담회 행사에서 “국산 쌀 재고 증가 등의 사정으로 국산 쌀에 이어 수입 쌀도 사료용으로 사용할 것임을 (관련국에) 통보·협의했다”는 내용이 신문에 실리면서 알려진 것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조나단 코든 미국 농무부 차관보에게 ‘수입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몇 개월 전에는 주한미국대사관에도 동일한 입장을 알렸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입쌀 사료화가 이제 와서야 추진된 것은 쌀 사료화에 대한 국민정서를 감안한 것이 아니며 오직 이동필 장관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수입쌀 사료화는 미국에게 통보할 내용도 아니고 더 더욱 협의할 내용도 아닌데도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 해온 것이다. 당연한 권리마저도 미국의 오더가 있어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입쌀 사료화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수입쌀 사료화는 당장 오래된 수입쌀 해결책으로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유무역, 시장경쟁이 얼마나 인류 앞에 큰 죄를 짓고 있는지 쌀 사료화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쪽은 식량으로 굶어죽고 있는데 반대쪽은 식량을 버리는 행위는 천벌을 받고도 남을 행위이다. 그래서 사료화보다 더 좋은 정책은 필요 없는 쌀 수입 중단이며, TRQ제도 폐지다. 그리고 쌀 재고는 민족교류, 국제교류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기본구조가 뒤틀려 있으니 사료화 정책, 미국 눈치 보기 등 비정상화가 정상으로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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