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생충

  • 입력 2016.06.26 09: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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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아먹을 게 많은 숙주에 기생충이 많이 꼬인다. 마늘가격에 모처럼 살이 통통하게 오르자 양심을 포기한 상인들이 더러운 빨판을 갖다댔다. 중국산 마늘을 국산 포대에 담고, 중국산 마늘을 다져 국산 명찰을 붙였다.

농관원의 기획단속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제법 통쾌하고 흥미진진하다. 한 달 가량 내사를 진행하고, 단속 사흘 전에 업체별 작업시간을 파악한다. 이틀 전 업체별 판매시료를 구입해 하루 전 감정을 해서 의심업체를 선정한다. 단속 당일 취약시간인 새벽시간에 단속반을 동시에 투입해 위반현장을 적발한다.

이번 기획단속으로 적발한 업체는 40개. 적지 않은 숫자다. 단속의 그물망을 빠져나간 위반 업체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더욱 치밀하게, 더욱 자주자주, 뒤통수를 치고 덫을 놔서라도 철저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

비단 마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일 기준 농관원이 적발한 농식품 원산지표시 위반 건수는 2,001건이다. 농민을 멍들게 하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선량한 동료 상인들에게 오물을 끼얹는 이같은 범죄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다.

도매시장 내에는 알게 모르게 이뤄지는 편법과 불법과 부정유통이 있다. 숱한 유통경로 가운데 어디 도매시장만의 일이겠는가마는, 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의 상징이고 가격이 결정되는 재판대며 농산물이 도시와 처음으로 만난다는 의미가 있는 장소다. 가장 깨끗하고 모범이 돼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농산물 도매시장들이 현대화의 기치 아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상인들도 현대화에 걸맞는 성숙한 마음가짐을 다잡길 바란다. 외관이나 구조가 아무리 멋지게 바뀐다 한들 그 안에 기생충 몇 마리라도 들어있다면 결국엔 모두가 시들시들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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