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제대로 법제화해야 한다

  • 입력 2016.06.24 11:51
  • 수정 2016.06.24 13:41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 FTA 발효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결과물이다. 농업계가 실망을 금치 못하였고 허탈감에 빠진 타협이었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업을 희생시킨 대가로 주어진 것이어서 더 그랬다. 수 년 동안 농업계에서 요구해 온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기초한 무역이득공유제는 묵살하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라는 자발적 기부금을 10년 동안 매년 1,000억원씩 모두 1조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등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부족분은 정부가 출연하게 돼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운용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자유무역협정 농어업법)이 개정돼야 한다, 또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 등이 의결돼야 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실시를 위한 법률 개정방향은 무역이득공유제와 동등하거나 유사한 수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첫째,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는 기부 주체에서 제외돼야 한다. FTA로 인해 수익을 얻는 주체는 공산품을 수출하는 민간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농협과 수협은 수익자가 아니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대상이다. FTA 때문에 마구잡이 수입되는 원료농산물과 가공품은 농협의 생산, 유통, 가공 등 경제사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경제정의와 도농 간 소득격차 해소 등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수익자부담의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

둘째, 기금 마련을 ‘자발적’이라는 애매모호한 방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여야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설립에 합의했을 때 보수언론들이 기업의 팔 비틀기, 반(反)시장적, 위헌적, 1조 준조세 황당한 FTA 등 입에 담기조차 거북스러운 표현으로 비난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청년희망펀드에 자발적(?)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내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문화이다. 하물며 힘 없는 농어민들의 눈치를 본답시고 자발적으로 기금을 낸다면 얼마나 내겠는가? 최소한 현행의 FTA 농어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금조성 방식이나 무역이득 공유방식의 새로운 과세방식으로 규정돼야 한다.

셋째, 기금의 용도를 농어업·농어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과 농어업의 피해보전에 대한 소득보전에 초점을 둬야 한다. 수입농산물이 증가해 농어업·농어촌이 쇠퇴하게 되면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공익적 가치는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야 합의문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용도로서 교육·장학 사업이나 복지 등을 앞세우고 있다. 민간기업과 농어촌이 상생할 수 있는 용도로 규정하는 것이 기금의 명칭과 부합된다. 상생은 경제적 약자로서의 농어민이 농어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 있어야 가능하다. 소득은 줄고 부채는 증가하여 농어업에 종사할 의지와 노력이 사라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며 증오하는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넷째, 연간 기금 조성액을 늘리고 기금조성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앞당겨야 한다. FTA 발효국가가 53개국이고 인구수로는 세계인구 70억명의 85%를 차지하는 65억명이다. 이미 완전 개방수준이다. 촌각을 다투는 농어업 생존대책을 위해 농정개혁과 함께 기금이 시급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농정개혁은 농정추진체계의 변화 즉, 민·관 거버넌스(협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끝으로, 기금을 빙자하여 농업예산이나 직불금을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 농어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생명산업이며, 식량 무기화에 대한 대비, 식량주권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조성·운용돼야 한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법제화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