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북 식량자급 이후 농업협력은 어떻게?

  • 입력 2016.06.19 10:49
  • 수정 2016.07.25 21:19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북측 농업과 관련해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제7차 대회에서 식량자급 목표가 제시됐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북의 식량생산 추정치를 수정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당 대회의 주요 결정사항으로 2016~2020년 동안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포함되어 있는데, 5개년 경제전략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북측이 지금까지는 주로 ‘식량을 자급해야 한다’는 당위적 표현을 사용했고, ‘식량 증산에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증산 노력을 촉구하는 표현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5년 이내에 식량자급을 달성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5년 이내에 식량자급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최근 20년 동안 제시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표현이다.

이는 그만큼 식량자급의 가능성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며, 아울러 5년 이내에 식량자급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북측의 자신감이 반영된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측에서는 식량자급 문제를 더 이상 당위적 목표나 막연한 기대로 취급하지 않고, 충분히 실현가능한 현실적 목표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FAO는 올해 북측의 식량전망과 관련해 당초에 발표한 것보다 더 많은 식량이 생산된 것으로 수정하여 발표했다.

FAO는 올해 2월에 발표한 식량전망 보고서를 통해, 북측의 2015년 식량생산량이 쌀과 옥수수의 가뭄피해 때문에 전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여 발표했다. 이 때문에 2016년 북측의 식량부족량이 약 44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근거하여 북측의 올해 식량자급률이 대략 91% 내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 5월 FAO는 북측의 식량생산 추정치를 수정하여 발표했다. 이 수정된 자료에 따르면 당초 예상되었던 가뭄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아 쌀 생산량이 당초 추정치 보다 약 30만 톤 증가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수정된 생산량을 기초로 올해 북측의 식량자급률을 추정해 보면 대략 95〜96% 수준이 된다. 나아가 그다지 큰 가뭄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으로부터 최소한 가뭄을 극복할 정도의 수리관개시설이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고, 이 정도 수준의 수리관개시설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전력 및 에너지도 공급되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북측의 식량자급 실현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보여준 식량생산 증가추세와 FAO 등의 보고서 등을 고려할 때 북측이 향후 5년 이내에 식량자급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측이 식량자급을 이룬 뒤에 남북 농업협력은 어떻게 될까?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고, 더불어 농업분야의 교류협력 역시 완전히 중단돼 있는 상황에서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조금은 뜬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농업교류협력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할 필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기 이전에 이뤄졌던 남북 농업협력은 북측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부족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대북 비료지원 및 쌀 차관 제공 등은 북측의 식량이 부족한 그 당시 상황에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식량자급을 통해 북측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의 상황에서는 농업협력의 방식도 새롭게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실마리는 10·4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른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일방적인 지원 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호혜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새로운 농업협력 방식의 핵심은 쌀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남측은 쌀을 북측에 제공하고, 잡곡농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북측은 콩, 옥수수 등을 남측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가칭)남북공동식량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큰 틀에서 어느 정도 기본골격이 마련돼 있다. 그 골격을 보면 국내법에 따라 남북이 민족내부 간 교역으로 식량을 서로 교역하고, 국내외 가격 등을 참고하여 협상에 의한 가격을 결정하며, 교역이 상대방의 생산 및 수급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미리 계약에 의한 생산계획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남북공동식량계획이 확대될수록 남북은 각각 자신의 식량자급률을 더 높일 수 있고, 한반도 전체의 식량주권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식량분야에서 농업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그 수준을 높여나간다면 남북이 농업을 매개로 하는 공동체를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청사진을 실현하는 첫 단추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며, 그리고 서로가 식량을 나누는 것에서 첫 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