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일손 버스가 몰려온다~

  • 입력 2016.06.19 10:44
  • 수정 2016.06.19 10:48
  • 기자명 황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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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미(경북 의성군 봉양면)
이제 본격적인 마늘 수확철이다. 작년 10월쯤에 심어 지금 수확하니 해를 넘긴 농사다. 올해는 비도 일주일 간격으로 잘 와주었다. 그러나 5월 중순부터 가무는 것이 지금까지다. 그래서 마늘에 한 번씩 물을 퍼 주었다. 마늘은 생육상태에 따라 그리고 색깔에 따라 수확을 한다. 병을 해서 마늘싹 즉 잎이 누런색으로 변하면 수확을 먼저 한다. 그리고 아직 싱싱한 싹은 그 대궁의 양분이 뿌리로 가기를 기다려 수확을 해야 한다. 마늘은 수확 마지막에 와서야 왕성하게 굵기 시작하기 때문에 캐는 적기를 잘 선택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거의 일시에 하는 수확에 이런 저런 것을 다 맞추는 것 또한 어렵다.

요즘 촌에도 마늘 수확때 제일 힘든 일은 마늘비닐을 벗기는 일이다. 마늘을 심고 덮은 비닐을 봄에 마늘유인 작업을 하고 그 위에 풀이 올라 오지 못하도록 흙을 덮었다. 그리고 마늘 싹은 어른 옆구리만큼 키가 자라 있으니 그 비닐을 걷는 일은 가히 상상 할 수도 없다. 그 힘든 일을 맡아 주는 일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좀 비싼 일당이긴 하지만 그 일에 비하면…. 주로 외국인노동자 몇 명을 고용해서 팀을 만들어 한다.

그런데 올해 봄부터 자두 열매솎기가 시작되면서 동네 어귀에 대형버스가 심심찮게 보인다. 웬 버스인가 했더니 인근에 있는 도시에서 일손을 모아와 농가에 몇 명씩 배당을 해 준단다. 그 사람들은 점심도 자기들이 직접 싸오고 대신 현지 일당보다는 좀 더 줘야 한단다. 점심을 직접 싸오니 더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그 사람들이 직접 받는 일당은 현지 일당보다 적단다. 조직한 사람들이 그네들의 일당에서 얼마를 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맘이 든다. 왜 인근 도시 사람들이 깨끗한 공장 일을 두고 이리 험한 농촌으로 일을 하러 오냐는 것이다. 일거리가 없나? 허긴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남해의 조선업체에서 부도가 나면서 협력업체 직원들은 당장 일이 끓기니 한창 수확철인 양파 들녘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협력업체 사장은 눈물을 머금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이런 농번기는 잠깐인데 그 뒤는 어떡하나 내가 다 걱정이 되었다. 도시가 많이 힘든 모양이다. 마늘 논에서 일하고 있으면 심심찮게 찾아오는 낯선 사람들…. 일손이 있으니 쓰라는 것이다. 명함까지 준다. 이농현상으로 사람이 메말라 가던 농촌에 다시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 농번기 잠시겠지만!

공장들이 팽팽 잘 돌아가던 때 일반 서민들은 좀 더 나은 소득을 위해 도시로 이삿짐을 쌌다. 그 사람들의 노고로 우린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이제 좀 살만해졌다. 그러나 그 자식들은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이런 시기에 정리해고 대상 일순위다. 그 자식들은 부모를 따라 농촌을 떠났지만 이렇게 다시 농촌으로 돌아왔다. 일도 잘 한다. 클 때 다 보고 자라서 일머리도 잘 아신다.

어떤 이들은 연금을 받아가면서 노후를 즐기려고 귀촌을 한다. 전망도 좋은 곳에 멋진 집부터 짓는다. 앞마당에 줄장미도 심고…. 그러나 어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일당 벌이를 위해 이 농번기에 농촌에 왔다. 그네들이 더 치열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들이 싸온 찬 점심밥 대신 촌맛이 깃든 점심을 대접한다. 잘도 드신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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