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쌀 북으로 보내고 북의 옥수수 받다보면 신뢰 쌓일 것”

<인터뷰>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 입력 2016.06.19 00:36
  • 수정 2016.06.19 00:5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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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이 홀대한 세계적 ‘옥수수 박사’, 중국이 냉큼 채갔다> 지난 2014년 한 일간지의 기사제목이다. 기사의 주인공은 김순권 한국옥수수재단 이사장(한동대학교 석좌교수)이다.

5차례나 노벨상 후보에 오른 걸로 알려진 김 이사장은 수원 19호 개발의 담당자로 국내 옥수수 농사에 크게 기여했으며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선 17년 동안 옥수수 종자개발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2차례 명예추장에 추대됐다. 1992년 그가 명예추장에 추대되며 받은 칭호가 ‘마에군’, 가난한 자를 배불리 먹인 자란 뜻이다.

지난 13일 포항시 청하면 닥터콘 옥수수센터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흙묻은 모자와 얼룩진 바지를 입은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새벽부터 옥수수 종자밭에서 잡초를 뽑다 나왔다”며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인터뷰가 이어지자 그는 갖은 풍파에 지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그를 지치게 한 건 세월이 아니었다. 남북농업교류의 꿈을 막고 연구지원을 중단한 정부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옥수수 종자개발에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현재 9년째 중국에서 종자를 연구하고 있다. 4개 품종이 중국에서 국가시험을 통과했는데 이 중 꿀옥수수와 찰옥수수 1종씩 지난해 흑룡강성 적응 옥수수 시험을 통과했고 하이난성에서 육종 연구를 하고 있다. 올해 10월쯤 시판 허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포스코가 지원해 옥수수대에서 에탄올을 생산하는 바이오 옥수수를 육종하는데 성공하면 중국 역사상 첫 바이오옥수수가 나오게 된다. 이 옥수수는 보통 옥수수보다 잎이 7개 더 달리는 게 특징이다. 또, 구제역과 AI에 강한 사료용 옥수수 육종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5,000여 곳의 종자회사와 6조원의 종자시장을 갖고 있다. 옥수수 재배면적은 3,500만㏊에 달한다. 중국에서 이 4개 품종이 연구에 성공하면 통일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에서도 실험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17년 동안 종자개발에 힘쓰다 귀국했는데 이유는?

아프리카 식량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원래 2년만 돕겠다고 갔는데 일이 커졌다. 그래서 농진청에 사표를 내고 17년 동안 있게 됐다. 그러다 1990년대 북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접했다. 당시 유고슬라비아 학자들을 만났는데 방북하니 옥수수밖에 없다고 해서 방북해 옥수수 종자 연구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1995년 귀국해 북에서 3차례 초청을 받았지만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반, 돕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반이었다. 그러다 1997년 대선 이후 초청이 다시 와서 1998년 1월 방북했다. 두 번째 방북때 수원 19호 종자 1톤을 정부로부터 사서 협동농장 78곳에 심었다. 아내가 황해도 북청 출신인데 네 번째 방북때 동행해 헤어진 친지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북에서의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는가?

김일성 주석 어록 중에 “강냉이는 밭곡식의 왕이다”란 말이 있다. 옥수수가 콩보다 생산량이 3배 넘게 나오니 너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옥수수만 심으면 땅이 망가진다. 300평에 4~5,000포기를 심어야 하는데 7,000포기를 심었다. 비료가 많을 때는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밀식을 하면 옥수수끼리 경쟁을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높으면 수꽃은 잘 피는데 암꽃은 안 핀다. 그래서 주체농업도 과학적으로 하자고 제안해 콩도 심고 300평에 5,000포기 이상 못 심도록 제한했다.

목표는 각 도별로 지역특성에 맞는 새 옥수수 품종을 만드는 거였다. 연평해전과 금강산 피격에도 방북해서 각 지역별로 옥수수 품종을 만들었다. 총 370일 동안 방북했다. 3년 전 개성에 들린 게 마지막 방북이었다.

남북간 농업협력이 재개된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남쪽에선 쌀을 북녘에 공급하고 북녘에서 생산한 옥수수 사료를 남쪽에 공급하는 게 내 희망이다. 이래야 더 신뢰가 생기지 않겠나. 이북은 옥수수 농사에 맞는 천혜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연구를 하면서 들은 얘기로는 이북의 과학자들이 동북3성에서 중국의 옥수수 종자 연구를 접하려 하지만 어렵다고 한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옥수수를 컨트롤한다. 종자 생산시기엔 아예 초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북농업교류가 필요하다.

통일에 옥수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북에서 생산한 옥수수로 통일비용을 벌 수 있다. 앞으로 이 센터도 통일옥수수센터로 바꿔 통일농업에 모든 걸 맞출 생각이다.

현재 국내에서의 연구는 어떤가?

이 정부에선 연구비 10원도 지원받은 적이 없다. 1995년 이후 옥수수 연구에 한해선 최악의 정권이다. 골든시드 프로젝트가 목표하는 곳이 중국시장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프로 연구자에게 지원을 안 한다.

축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도 사료값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옥수수 연구를 잘하면 30~50%는 낮출 수 있다. 중국의 엄청난 종자시장을 이기려면 종자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해외의 유명과학자들을 초빙하는데 열을 올리는데 한국 정부는 연구를 잘할까봐 겁을 내고 있다.

포항지역 농가들과 함께 찰옥수수와 꿀옥수수를 시판하는데 잘 안 팔리고 있다. 여기에서 수익을 내 센터를 운영하려 했는데 지금 센터는 빚더미에 앉아있다. 아들은 포기하고 미국으로 오라는데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악으로라도 더 열심히 종자 개발 연구를 계속하겠다.


김순권 이사장 약력

1945년 경남 울주군 출생

1964년 울산농업고교 졸업, 경북대학교 농학과 입학

1971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1973년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 대학원 농학박사 학위 취득

1974년 귀국. 농촌진흥청 재직

1976년 수원 19호 개발

1977년 녹조근정훈장 수상

1979년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 옥수수 육종연구관 활동 시작

1886년 국제농업 연구대상 수상

1995년 귀국. 경북대학교 농학과 교수 임명

1998년 첫 방북.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취임

2008년 중국에 닥터콘 옥수수 종자 육종 유한회사 설립

2010년 경북대학교 교수 정년퇴임. 한동대학교 석좌교수 취임

2014년 경북 포항시에 닥터콘 옥수수센터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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