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입김과 콧김이 몇 번은 나오는 숱한 시행착오 겪어야”

흑돼지 ‘전통농법’ 복원한 평창 오대산 자락의 원중연 씨

  • 입력 2016.06.17 14:24
  • 수정 2016.06.17 14:3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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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WTO, FTA 등 개방농정으로 인해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워진 농업·농촌의 현실 속에서 대안 경제와 패러다임의 전환, 새로운 철학 등의 해법이 절실하다. <행복을 만드는 농민>은 ‘희망’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농민을 찾아 농업·농촌이 행복해지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 왔으며 이번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편집자 주

▲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에 ‘원가자농’을 일구고 전통농법으로 흙돼지를 키우고 있는 원중연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비닐하우스 돈사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흙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일반축산에서 돼지는 빠른 출하를 위해 급하게 살을 찌운다. 젖을 떼면 비만을 유도하기 위해 분유를 먹이고 6개월 만에 출하된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 800m 고지대에 위치한 원중연(65)씨의 원가자농(원씨네가족자연농원)에서 방목하며 키운 흑돼지는 다르다. 날씬한데다 날렵하기까지 하다. 자연이 주는 전통적인 농법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며 숱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비법’덕분이다. 당연히 품질도 좋다. 인삼과 더덕, 쌈채소도 아삭한 식감에 고유의 맛과 향까지 그대로 살아있다. 지난 13일 만난 원씨는 자연농법에 대한 ‘확신’을 설명하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었다.

차로 올라가기 쉽지 않은 임도를 따라간 끝에야 나온 원씨의 밭과 방목장. 2만3,000평의 밭에선 쌈채소가 싱그러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고, 사람 키만큼 자란 보리와 수단그라스가 자라는 방목장엔 흑돼지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듯 그 모습을 슬쩍슬쩍 드러냈다. 비닐하우스 돈사에선 널찍한 공간만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서열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듯 했다.

원씨는 무엇보다 독특하거나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우리네 전통농법의 복원을 강조했다. “유기농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니 그리 부르는 거지. 원래 우리가 하던 거야. 옛날엔 닭이고, 돼지고, 소고 가축을 몇 마리씩 기르면서 농사를 지었어. 소, 돼지는 거름을 주고, 닭은 구더기를 잡아먹는 선수지. 이러면 땅도 좋아지고, 농가내에서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어. 근데 사람들이 손쉽게 하려고 가축을 뺐지. 편하게 농사를 지으려고. 일본식이야.”

‘생태순환’이 전통농법의 핵심이라는 원씨. 그는 토착미생물이 들어간 사료를 만들어 흑돼지에 먹이고 돈분은 다시 밭에 거름으로 뿌려왔다. 특히 사료엔 더욱 공을 들였다. 철원에서 난 유기농밀가루에 속초에서 게 껍질도 공수했다. 여기에 도토리묵을 짠 찌꺼기와 비지를 발효시켰다. 딱딱한 게 껍질이 부드러워질 정도로 잘 발효된 사료는 한 손에 쥐어보니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처럼 부드럽게 으스러졌고, 냄새 또한 고소했다. 특히 일반돈사 돈분 냄새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물론 오대산이 주는 자연환경도 전통농법에 도움이 됐다. 물이 좋아 자연수를 그대로 썼고, 고랭지다 보니 가뭄이 잘 들지 않았다. 게다가 땅도 좋았다. 정수능력이 뛰어난 마사흙으로 이뤄져 있어서다. 깊은 산속에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곁에 두다보면 당연히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 터. 경기도 고양시가 고향인 원씨는 근교농업을 아버지 밑에서 배웠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객지생활을 하며 다양한 농법을 익힌 후 1999년, 오대산 자락에 정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 홀로 좋은 자연을 누린다는 생각에 적더라도 주변에 제대로 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전통농법의 복원을 시도해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행복이 찾아왔다. “힘이야 들지. 전통농업을 복원하기 위해 힘을 들이는 것과 다른 사람에 행복을 안겨주는 것에 접점이 만들어지면서 행복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되거든. 그걸 찾으면 되는 거야. 그걸 못찾으면 인생이 수수께끼가 되는 거지.” 원씨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던진 조언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전통농법에 어느새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였어. 유기농사에 필요한 거름 만들려고 집에서 돼지 몇 마리 키우는 건데 날도둑놈들이 허가제를 만들어 놨어. 축산업자들이 독식하려는 거지. 야, 이거 큰일이다 싶드라고.” 축산법과 친환경축산법을 샅샅이 뒤져가며 농촌진흥청 지역 담당자를 달달 볶았다. 결국 원씨는 2008년에 친환경축산농가 인증을 최초로 받았다. ‘적당하게 해선 안 된다’는 원칙과 황소같은 뚝심으로 전통농법을 밀어붙인 결과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원씨는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 사람들이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네 정서로는 내공이야. 더운 입김과 콧김이 몇 번은 나오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내공을 쌓을 수 있어.”

원씨는 편리한 농업만 찾고, 돈벌이 욕심만 뒤쫓다보니 우리 농업이 망가졌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감기보다 못한 것이 구제역이지. 이렇게 넓은 곳에서 구제역이나 열병도 그냥 지나가. 걸려도 자연치유가 될 수 있는 정도야. 사람들 욕심 때문에 밀집사육으로 갔고 재앙이 벌어진 거잖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것을 가축한테 덮어씌우고 그러면 안 돼.”

규모화는 답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적 전통농법의 소규모 농가가 늘어나고 거기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증산이 해법이라는 게 원씨의 설명이다. 원씨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과제는 이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수지를 개선하는 가시적 성과로 하나의 본보기를 완성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반축산에서 돼지는 빠른 출하를 위해 급하게 살을 찌운다. 젖을 떼면 비만을 유도하기 위해 분유를 먹이고 6개월 만에 출하된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 800m 고지대에 위치한 원중연(65)씨의 원가자농(원씨네가족자연농원)에서 방목하며 키운 흑돼지는 다르다. 날씬한데다 날렵하기까지 하다. 자연이 주는 전통적인 농법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며 숱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비법’덕분이다. 당연히 품질도 좋다. 인삼과 더덕, 쌈채소도 아삭한 식감에 고유의 맛과 향까지 그대로 살아있다. 지난 13일 만난 원씨는 자연농법에 대한 ‘확신’을 설명하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었다.

차로 올라가기 쉽지 않은 임도를 따라간 끝에야 나온 원씨의 밭과 방목장. 2만3,000평의 밭에선 쌈채소가 싱그러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고, 사람 키만큼 자란 보리와 수단그라스가 자라는 방목장엔 흑돼지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듯 그 모습을 슬쩍슬쩍 드러냈다. 비닐하우스 돈사에선 널찍한 공간만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서열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듯 했다.

원씨는 무엇보다 독특하거나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우리네 전통농법의 복원을 강조했다. “유기농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니 그리 부르는 거지. 원래 우리가 하던 거야. 옛날엔 닭이고, 돼지고, 소고 가축을 몇 마리씩 기르면서 농사를 지었어. 소, 돼지는 거름을 주고, 닭은 구더기를 잡아먹는 선수지. 이러면 땅도 좋아지고, 농가내에서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어. 근데 사람들이 손쉽게 하려고 가축을 뺐지. 편하게 농사를 지으려고. 일본식이야.”

‘생태순환’이 전통농법의 핵심이라는 원씨. 그는 토착미생물이 들어간 사료를 만들어 흑돼지에 먹이고 돈분은 다시 밭에 거름으로 뿌려왔다. 특히 사료엔 더욱 공을 들였다. 철원에서 난 유기농밀가루에 속초에서 게 껍질도 공수했다. 여기에 도토리묵을 짠 찌꺼기와 비지를 발효시켰다. 딱딱한 게 껍질이 부드러워질 정도로 잘 발효된 사료는 한 손에 쥐어보니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처럼 부드럽게 으스러졌고, 냄새 또한 고소했다. 특히 일반돈사 돈분 냄새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물론 오대산이 주는 자연환경도 전통농법에 도움이 됐다. 물이 좋아 자연수를 그대로 썼고, 고랭지다 보니 가뭄이 잘 들지 않았다. 게다가 땅도 좋았다. 정수능력이 뛰어난 마사흙으로 이뤄져 있어서다. 깊은 산속에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곁에 두다보면 당연히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 터. 경기도 고양시가 고향인 원씨는 근교농업을 아버지 밑에서 배웠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객지생활을 하며 다양한 농법을 익힌 후 1999년, 오대산 자락에 정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 홀로 좋은 자연을 누린다는 생각에 적더라도 주변에 제대로 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전통농법의 복원을 시도해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행복이 찾아왔다. “힘이야 들지. 전통농업을 복원하기 위해 힘을 들이는 것과 다른 사람에 행복을 안겨주는 것에 접점이 만들어지면서 행복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되거든. 그걸 찾으면 되는 거야. 그걸 못찾으면 인생이 수수께끼가 되는 거지.” 원씨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던진 조언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전통농법에 어느새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였어. 유기농사에 필요한 거름 만들려고 집에서 돼지 몇 마리 키우는 건데 날도둑놈들이 허가제를 만들어 놨어. 축산업자들이 독식하려는 거지. 야, 이거 큰일이다 싶드라고.” 축산법과 친환경축산법을 샅샅이 뒤져가며 농촌진흥청 지역 담당자를 달달 볶았다. 결국 원씨는 2008년에 친환경축산농가 인증을 최초로 받았다. ‘적당하게 해선 안 된다’는 원칙과 황소같은 뚝심으로 전통농법을 밀어붙인 결과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원씨는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 사람들이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네 정서로는 내공이야. 더운 입김과 콧김이 몇 번은 나오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내공을 쌓을 수 있어.”

원씨는 편리한 농업만 찾고, 돈벌이 욕심만 뒤쫓다보니 우리 농업이 망가졌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감기보다 못한 것이 구제역이지. 이렇게 넓은 곳에서 구제역이나 열병도 그냥 지나가. 걸려도 자연치유가 될 수 있는 정도야. 사람들 욕심 때문에 밀집사육으로 갔고 재앙이 벌어진 거잖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것을 가축한테 덮어씌우고 그러면 안 돼.”

규모화는 답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적 전통농법의 소규모 농가가 늘어나고 거기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증산이 해법이라는 게 원씨의 설명이다. 원씨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과제는 이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수지를 개선하는 가시적 성과로 하나의 본보기를 완성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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