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3] 소농과 농민리더

  • 입력 2016.06.13 09:09
  • 수정 2017.05.26 10:24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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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오늘은 양양친환경연구회(회장 이경수) 주관으로 유기액비와 약제를 공동제작키로 한 날이다. 9시 반까지 시간되는 회원은 나와서 도와달라는 공지가 밴드에 떴다. 요즘엔 농민들도 SNS로 소통하고 공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양친환경연구회에는 약 50여 농가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대부분 친환경인증농가이거나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농가들이다. 

그런데 양양지역의 여건상 대규모 농가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농가들이다. 그 중 일부가 친환경유기생태농업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 가치와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농민들이 모인 매우 귀중한 모임이다. 

50여 농가 중 규모가 제법 큰 농가들은 유기액비며 약제를 개별적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지만 나 같이 규모가 수백평 밖에 안 되는 농가는 4종복합비료나 천연천착제(자닮오일), 천연살균제(자닮유황), 백두옹(할미꽃 뿌리) 등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원재료는 소량으로는 판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양양친환경연구회에서는 대농가를 제외한 소규모 농가들이 공동으로 재료를 구입하거나 채취하여 이들을 공동으로 만든 후 회원 농가에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10여명의 회원농가들은 아침 일찍 모여 회장님으로부터 설명도 듣고 제조방법도 상의했다. 10시경 시작되었고 나는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었는데 모든 것이 처음인지라 매우 신기했다. 자닮유황을 만들 때는 물 온도가 섭씨100℃ 가까이 올라가 부글부글 끓어 놀라기도 했다. 12시가 되자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이 배달되어 왔고 나무 그늘 아래서 회원들이 준비한 떡과 발효액음료를 마시며 점심을 먹었다. 오후 3시경에야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5일정도 숙성기간을 거쳐 회원들에게 각각 10리터씩 나누어 주면 나같은 소농은 1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소규모로 친환경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동작업이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재배기술의 공동연구 그리고 공동판매까지 이루어질 때 우리의 친환경유기농업이 더욱 확대되고 농가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고 나도 그 일원이 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 무엇보다 양양친환경연구회를 헌신적으로 이끌어 가는 ‘농민’ 회장님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여서 소농체제하에서의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 ‘넥타이 맨’ 리더(?)는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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