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상추와 쑥갓

  • 입력 2016.06.10 12:20
  • 수정 2016.06.10 12:21
  • 기자명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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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균 한의사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인 상추쌈, 특히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주로 장독대 옆에 심어놓았던 상추를 뜯어다 시원한 우물물에 맑게 씻어 밥 한술 얹고 쌈장을 조금 얹어 씹다보면 그 달콤 쌉쌀한 맛에 잃었던 입맛이 금방 되살아나는 것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상추는 주로 장독대 주위에 많이 심었는데요, 왜 상추를 장독대 옆에 심어 두었을까요? 상추를 뜯으며 함께 쌈장으로 고추장이나 된장을 퍼오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답변하신다면 아저씨 개그가 되겠습니다. 

예로부터 이상하게도 장독대 주변은 뱀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였습니다. 뱀이 허물을 벗을 때면 부족한 염분을 찾기 마련인데, 장독대 주변은 항상 간장, 고추장, 된장이 조금씩 떨어지는 곳이라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추를 심어 놓으면 뱀이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옛 선조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상추엔 뱀을 물리치는 작용이 있었기 때문인데,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상추에는 독성이 있어 벌레가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 뱀이 상추와 접촉하면 눈이 멀어 사물을 보지 못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상추의 유래는 꽤나 깊어,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인데, 그 피라미드의 건축시기가 기원전 4500년경이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상추를 즐겨먹은 기록이 있으며, 특히 청나라의 문헌<천록지여(天祿識餘)>에 따르면 “고려에서 들여오는 상추(종자)가 너무 비싸서 ‘천금채(千金菜)’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듯이 예로부터 우리 나라의 상추는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맛과 영양이 뛰어 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추를 뜯으면 잘린 부분에 우유같은 하얀 액체가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우윳빛 즙액에는 락투세린이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상추를 많이 먹으면 졸리는 이유가 바로 이 락투세린의 진통작용과 최면효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졸리다고 해서 수험생들이 상추를 기피한다면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치일 것입니다. 상추에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성분과 노폐물을 소변으로 빼주는 역할 또한 있어, 잠깐 졸리는 듯 하다가도 졸음이 가시면서 다시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또한 소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상추와 함께 식사를 하면 식후에 속이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울러 상추에는 독을 해소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철분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빈혈을 예방하며 피를 맑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위암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권장할만한 야채가 바로 상추가 될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상추를 와거(萵苣)라 하여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에 출혈이 있을 때 복용해 왔으며 산모의 젖이 부족할 때엔 상추씨를 다려먹길 권하고 있습니다. 또한 눈을 밝게하고 간의 독성배출작용을 돕기도 합니다. 

상추와 더불어 쌈재료로 함께 곁들여 먹는 쑥갓은 그 향긋한 맛으로 이미 마음이 안정되고 장운동이 활성화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 효능을 살펴보면 역시 이런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쑥갓의 독특한 향은 쑥갓에 함유되어 있는 벤즈알데히드 정유성분때문인데, 이 성분이 위를 따뜻하게 하고 식욕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평소 위가 안좋다거나 위염이 있거나 혹은 입맛이 없을 때 쑥갓을 섭취하시면 좋습니다. 아울러 쑥갓에 풍부한 칼슘은 신경안정을 유도하여 불면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좋습니다. 

따라서 상추와 쑥갓을 함께 쌈으로 이용하면 여성들의 갱년기 질환에 적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너무 흔하여 자칫 간과하기 쉬운 ‘상추와 쑥갓’, 더운 여름철 고된 일로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는 농민님들의 몸을 지켜줄 귀중한 채소로 소개해 드립니다. 농민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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