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옥시, GMO 그리고 인간

  • 입력 2016.06.10 12:19
  • 수정 2016.06.10 12:21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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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교수

요즘 우리사회에서 드러난 집단 참사의 하나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사고가 있다. 그것도 5세 이하 영유아 및 임신부 중심으로 발생한 사망자를 포함해 폐 손상자가 200여명이 넘었다. 또 호흡기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정확한 피해 상황의 규모 파악은 아직 멀기만 하다. 

첨가제에 사용돼 사망을 불러일으킨 주요 원인물질들은 이미 독성이 알려져 있었던 물질들이었음이 밝혀졌고, 그 점에서 이번 국내 참사는 이윤에 눈 먼 기업과 무책임한 정부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로 보인다. 더욱이 많은 피해자들의 문제제기로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1년에 피해자 구제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5년을 끌면서 그냥 묻힐 뻔한 과정에는 기업과 유착한 연구자들이 있었다. 

한편, 최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와 ‘GMO반대 생명운동연대’는 GMO 강사 양성과정을 마련하고 첫 강좌를 시작했다. 이미 수천종이 연구되면서 식물성 GMO를 넘어 연어와 같은 동물성 GMO도 식탁에 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국제적으로 GMO에 관대하기로 유명한 한국정부를 생각하면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런데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옥시로 상징되는 가습기 첨가제 참사와 GMO, 별개의 상황일까. 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산업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신봉이 있고, 자연 생태를 바라보는 과도한 인간 중심의 시각이 작동하고 있는 점에서 그러하다. 

단순 품종개발을 넘어 진행된 다국적 식량회사의 GMO 연구 출발은 병충해가 없는 농작물 개발이었고, 옥시로 대표되는 가습기 살균제 첨가 역시 세균과 같은 병원체 오염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모두 과학기술의 산물로서 접근되고 있으며, 연구과정은 공공성에 바탕을 두었다기보다는 기업 이익과 연계되어 있다. 

우리가 인정하듯이 과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과학이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라 매우 불완전한 것임을 의미한다. 지금의 과학적 결론이 100년, 200년 후에도 여전히 똑같을 것이라고 믿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 더욱이 그 연구 결과로 당장 기업이 이윤을 챙길 수 있다면 그 불완전한 연구결과를 홍보하고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 점에서 종종 우리가 겪어온 많은 신약이나 화학물질에 의한 부작용과 문제점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도한 과학문명에의 맹신과 더불어 자연 생태계 속의 인간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되어 분리된 지나친 인간 위주의 위생관이 반영되어 있다. GMO 개발에 담겨있듯 생산성을 위해 모든 병충해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나, 사람의 위생을 위해 모든 세균이나 곰팡이를 완전히 제거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옥시사태나 GMO 논란에 있어서 단지 이윤에 눈 먼 기업과 무책임한 정부, 그리고 기업과 유착된 연구자라는 상투적인 주역들 이외에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이런 상황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너무 깨끗하면 오히려 건강한 면역기능이 저해된다는 면역학의 ‘위생가설’이 있고, 면역계도 신경계처럼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과 기억을 갖기에, 한정된 경험으로 인한 외곬수의 모습은 다양성에 대하여 열려있는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생태계는 철저히 서로 순환하며 자기 조직적으로 펼쳐지는 그물망 구조다. 

옥시 사태의 많은 희생자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계속 발전하는 현재의 과학기술이란 불완전할 수 있다는 비판의식과 더불어 인간은 생태계 구성원에 불과하다는 겸손함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GMO와 같은 먹거리에 보다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비록 기업이나 연구자, 때로는 정권의 탐욕으로 쉽게 무너지기는 하지만, 과학을 삶의 현장에 접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원칙이라는 유비무환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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