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농번기, 농민들은 모를 심자마자 다시 국회 앞에 모였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지난달 27일 2016년 TRQ쌀 4차 구매로 밥쌀용 쌀 2만5,000톤과 가공용 쌀 4만 5,556톤을 7일 공개 입찰을 통해 매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재수, aT)는 전자입찰을 통해 가공용 쌀 4만 5,556톤에 대한 구매입찰결과를 공지하고, 밥쌀용 쌀 2만5,000톤에 대해서는 견본품 검사 후 개찰 예정이라고 밝혔다.
aT의 한 관계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밥쌀용 쌀에 대한 견본품 검사를 진행 중이어서 검사 결과가 빠르면 이번주나 다음주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 전농)은 7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밥쌀 수입을 강행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밥쌀 수입 저지를 위한 본격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농민들이 쌀 3포대를 내리는 과정에서 경찰이 쌀을 꺼내지 말라며 방해해 고성이 오가는 등 실랑이가 벌어져 쌀20kg가 국회 정문 앞 도로에 쏟아져 내렸다. 이에 경찰은 방패로 쏟아진 쌀을 급히 쓸어담아 사태를 수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비롯한 어기구 더민주당 의원, 이효신 (사)전국쌀생자협회 회장, 제주‧충남‧충북도연맹, 강승철 민중연합당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200일이 넘도록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바라는 묵상 후 진행됐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농촌현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인데, 농식품부는 마치 도둑질하듯 밥쌀 수입을 공고하고 오늘 전자 입찰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사지 않아도 될 밥쌀을 수입하면서 우리 쌀 생산은 강제적으로 감축하는 몰상식한 정부의 모습에 모두가 분개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14일 밥쌀용 쌀 수입을 막기 위해 상경한 백남기 농민이 200일이 넘도록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밥쌀 수입을 강행하는 것은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다”라고 격노했다.
또 “야당 숫자만 늘려주면 뭐든지 하겠다는 야당은 여소야대가 됐음에도 무대책이다. 일부 농촌지역의원들을 제외하고는 관심도 없다. 국회는 국민들의 열망과 농민들의 간절함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호소한 후, “전농은 밥쌀 수입을 막고 우리쌀을 지키는 투쟁을 6월 25일 전국농민대회를 기점으로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기구 더민주당 의원은 “지금 농민들은 모를 심자마자 큰 한숨을 짓고 있는 것 같다. 쌀이 남아돌아가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다시 쌀 수입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 정권이 밥쌀용 쌀을 수입 하지 못하도록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히고,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반드시 이번에 청문회를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여러분들을 위해서 더민주당도 열심히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지키라는 식량주권은 지키지 않고 미국 놈들 개노릇하는 대한민국 정부, 박근혜 독재정권, 이동필 장관은 대한민국 농식품부 장관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쌀판매 과장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성토하며, “작년에 미국쌀 수입을 많이 해서 그 영향으로 쌀값이 20년 전 쌀값인 12~13만원으로 떨어져 농민들은 절규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과 이동필 장관은 밥쌀을 수입했다. 이런 정부가 무슨 대한민국 국민 대표하는 장관과 대통령인가”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또 “작년 백남기 농민이 주장한 것도 쌀값을 제대로 받자고, 농민들도 사람같이 살자고 했던 것이며, 그것이 13만 민중의 절규였다”고 밝힌 뒤, “밥쌀 수입을 하는 정부에 대해 멈추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백남기 농민이 누워 있는 상태에서 밥쌀을 수입하는 것은 사약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하면서 △밥쌀 수입 중단하라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편, 전농은 오는 25일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9월 전국쌀생산대회, 11월 민중총궐기로 밥쌀용 수입 저지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