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백남기 농민 외면, 어느덧 200일

말문닫은 경찰·조사중단 인권위·수사무능 검찰
20대 국회 청문회로 국가 폭력 밝힐 수 있을까

  • 입력 2016.05.29 11:46
  • 수정 2016.05.29 11:4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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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달 31일은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지 200일이 된 날이다. 한 농민이 국가폭력에 희생돼 생사의 갈림길에 선 200일 동안 박근혜정부는 철저히 백씨를 외면했다.

국가폭력의 직접 가해자인 경찰은 백씨가 쓰러진 지난해 11월 14일의 기록에 단단히 자물쇠를 채우고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변정필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전략캠페인팀장은 지난 3월 “국제 인권 기준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어떤 의혹이 있을 때, 그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 그 자체를 인권 침해라 규정한다”며 “경찰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즉각 평가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청장 강신명)은 정보공개는커녕 백씨 가족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운영지침은 있는데 정작 경찰이 국민에게 위해를 입힌 뒤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유를 묻고자했으나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건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문을 닫아 걸었다.

인권전담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인권위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즉각 기초조사에 착수했다. 그게 인권위가 이 사건에서 맡은 역할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육성철 인권위 조사총괄과 조사관은 “본안 자체가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더 진행하지 못했다”라며 “살수차에 따른 피해에 대한 진정이 들어왔지만 피해 당사자를 찾지 못해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33조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피해자의 진정 또는 고소로 시작하면 사안을 관할 수사기관에 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조항을 들어 백씨에게 가해진 국가폭력에 대한 조사를 중단했다.

백씨의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18일 강신명 경찰청장과 6명의 경찰관계자들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올 3월 22일엔 이미 고발한 경찰관계자 6명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수사의지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대책위)는 지난달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6개월이 다 되도록 고발인 조사 외에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반면에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수십명을 구속하고 수백명을 기소해 처벌하는 등 발빠르게 사법처리를 했다”며 형평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석환 백남기대책위 사무국장은 “경찰과 검찰이 수사중이라는 이유로 관련자료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국회를 통해 청문회를 하자고 요구하는거다”고 말했다.

국정책임자들은 ‘무시’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서울대병원 앞 백남기 농민 농성장을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국무총리에 질의서를 보내도 묵묵부답이다. 황 총리는 백남기 농민과 관련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귀뜀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회동 말미에 백남기 농민이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는데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메모만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대 국회는 이 긴 침묵을 깨트리고 국가폭력의 가해자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국회가 제대로 활동한다면 국가폭력에 가해를 당한 국민이 기다려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니 피해자들이 자구책으로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소송조차 정보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으니 승소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여소야대 국회이니 개정된 국회법대로 상설청문회를 활용하게 되면 국가폭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될거라 본다”고 한 가닥 기대를 걸었다.

 

‘백남기 국가폭력 200일’ 주요일지

2015년 11월 14일 18시 56분경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백남기씨 경찰 직사 살수맞고 서울대병원 입원

11월 18일 백씨 가족과 농민단체, 살인미수 등 혐의로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6명 검찰 고발

12월 2~4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릴레이 1만배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 서울시청광장에서 서울대병원까지 행진

12월 10일 백남기 가족, 경찰 직사살수 헌법소원 청구

12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백남기 쾌유 기원 소요 문화제 (3차 민중총궐기)

2016년 1월 29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함께 가요! 생명의 밀밭으로! 여성 1000배’

2월 11~27일 백남기대책위 전국도보순례, 4차 민중총궐기(27일 서울 시청광장)

2월 21일 백남기 국가폭력발생 100일

3월 21일 백남기대책위 전국동시 경찰규탄, ‘백남기 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

3월 22일 백남기 가족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선거

5월 11일 백남기대책위 청문회 촉구 국회 기자회견

5월 14일 전남 보성서 생명과 평화의 밀밭걷기

5월 31일 백남기 국가폭력발생 2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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